코앞 다가온 ‘포스트 김연경 시대’… V리그, 흥행 공백 메꿀 대안 있나

입력 2025-02-21 02:27

김연경(36·흥국생명·사진)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한국 배구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V리그 흥행을 이끈 그의 공백을 메울 만한 후계자가 수년째 등장하지 않고 있어서다. 당장 차기 시즌엔 티켓 수익, 시청률 등이 반토막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무너진 저변을 하루 빨리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커다란 별이 코트를 떠나는 만큼 배구계는 크게 휘청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배구계에 그의 존재감을 대체할 만한 스타는 없다.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가진 김연경이 빠지면 관중 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2021년 최고액을 경신한 중계권료 역시 앞으로 시청률 변화에 따라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년 후엔 조정될 수 있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20일 국민일보에 “현재 프로리그가 ‘김연경 효과’로 배구 팬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김연경의 인기로 리그가 여태 잘 버텨왔는데 그의 은퇴 후에는 경기적으로든 흥행적인 측면에서든 여파가 올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선수 등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흥행 구멍을 메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선수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국내 스타 선수와 유망주 발굴을 투트랙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저출생 국면에서 유소년 선수 육성에 애를 먹고 있어 매해 신인드래프트 현장에선 쓸 만한 재목이 없다는 토로가 터져 나온다.

연맹 관계자는 “그동안 엘리트 선수 발굴 사업은 연맹에서 개입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배구협회와 협조해 지원 범위를 넓혀 가려 한다”며 “당장 효과가 나진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지금은 국내 고등학교 여자 배구팀이 20개도 안 되는 실정이라 저변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위아래가 함께 가야 하는 작업이다. 국내 프로 선수들도 스스로 프로다운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