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선거 없는 독재자” “적당히 성공한 코미디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종전 협상에 나선 것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판하자 인신공격으로 받아친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3년간 맞서온 우크라이나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선거 없는 독재자 젤렌스키는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며 “나는 우크라이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끔찍한 일을 했고 그의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으며 수백만명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선거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조 바이든을 갖고 노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대선을 치르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젤렌스키는 5년 임기 만료로 지난해 5월 전에 대선을 치러야 했지만 전쟁 이후로 연기했다.
트럼프의 ‘독재자’ 비난은 젤렌스키가 19일 자국 TV에 출연해 트럼프를 작심 비판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젤렌스키는 방송에서 “불행하게도 트럼프는 허위 정보의 그물망 속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한 데 대해선 “우리나라를 팔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젤렌스키는 또 ‘지지율 4%’ 주장에 대해 “그 수치는 러시아에서 나온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발표된 우크라이나 현지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 지지율은 57%였다. 젤렌스키는 트럼프를 향해 “그런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직격했다. 그동안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했던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채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이 시작되자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의 젤렌스키 공격은 미국 내에서도 비판받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의 발언을 두고 “러시아의 선전 책자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 같다”며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친구 중 하나를 배신하고 푸틴 같은 폭력배를 공개적으로 편드는 것을 보는 건 역겹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