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55세 동갑 스타 성악가 2명이 3월 초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미남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55)이 먼저 테이프를 끊는다. 10년 만에 내한하는 카우프만은 3월 4일과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어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55)가 3월 9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처음 한국 관객과 만난다.
카우프만은 뮌헨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년간 자르브뤼켄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로 활동했다. 이즈음 그는 밝고 가벼운 리릭 테너의 역할을 주로 맡았다. 하지만 목이 자주 쉬는 등 발성에 어려움을 겪자 극장을 그만두고 유명한 발성 코치를 찾아가 자신에게 맞는 목소리를 찾았다. 그리고 노력 끝에 바리톤에 가까운 깊고 어두운 테너 음색을 내기 시작했다.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취리히 오페라 ‘피델리오’의 플로레스탄 역을 맡으면서다. 당시 테너 특유의 맑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저음과 고음을 오가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200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그는 세계 각지의 유명 오페라 극장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한편 가곡 콘서트 무대에도 꾸준히 서고 있다.
지난 2015년 첫 내한 공연에서 그는 30번이 넘는 커튼콜과 5번의 앙코르가 이어질 정도로 한국 관객을 매료시켰다. 이번 두 번째 내한에서 3월 4일엔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함께 독일 가곡 중심의 리사이틀을 열고, 3월 7일엔 요헨 리더가 지휘하는 수원시향과 함께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선보인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페라는 아마도 가장 정교한 예술 형식일 것이다. 그 음악과 감정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 다양한 역할을 맡아 변신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면서도 “가곡은 가창의 최고 경지다. 가곡 리사이틀은 어떤 성악 분야보다도 가수에게 훨씬 더 세밀한 작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게르하허 역시 오페라와 콘서트 모두 뛰어난 가창력을 들려주는 바리톤으로, 가끔 베이스 음역을 노래하기도 한다. 뮌헨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1998년부터 2년간 뷔르츠부르크 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한 그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200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오페라에서 주인공을 맡아 주목받았다. 2011년엔 영국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룩한 오페라 가수에게 주는 로렌스 올리비에 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도 베르디의 ‘파르지팔’ ‘시몬 보카네그라’ 출연이 예정돼 있는 등 오페라계에서도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한, 그는 콘서트 가수로서도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네빌 메리너, 필립 헤레베헤 등 대가들과 자주 협연하고 있다.
무엇보다 게르하허는 독일 가곡 분야의 최고 해석자다. 대학 시절부터 ‘독일 가곡의 전설’로 불리는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는 등 가곡에 애정을 쏟은 그는 감미로운 음색과 시를 낭송하는 듯한 섬세한 발성, 기교적 요소를 덜어낸 정제된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2017년부터 3년 동안 300여 곡에 달하는 슈만의 가곡 전곡을 녹음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모교에서 가곡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이번 첫 내한공연에서 그는 대학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게롤트 후버가 함께 슈만의 가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주로 연가곡 형태인 슈만의 가곡은 방대한 독일 가곡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위대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면서 “슈만은 복잡한 시들을 음악적으로 해석, 텍스트와 음악이 추상적으로 결합한 독특한 사운드를 창조했다. 슈만의 가곡은 후대 가곡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