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낯선 것, 싫은 것, 틀린 것

입력 2025-02-21 00:34

생소한 향 불쾌감 유발하듯
이질적 문화에 거부감 당연
인정’이 평화로운 삶의 출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사 도구는 ‘맨손’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포크와 젓가락이 비슷한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맨손으로 밥을 먹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는 감정보다 먼저 직관적으로 비위생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생소한 문화를 접할 때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는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즉각적인 반응이다. 냄새나 맛 같은 감각 영역은 더 예민한데, 그것은 ‘싫다’라거나 ‘더럽다’라는 판단으로까지 바로 연결되기도 한다.

1890년대부터 20여년간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제이콥 로버트 무스(1864~1928)라는 미국인 선교사의 글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어느 날인가 우리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어느 시골 교회에서 온 여인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아내는 음식을 준비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음식 중에는 후추와 쑥으로 향을 낸, 우리가 아주 좋은 음식으로 여기는 소고기 요리가 있었다. 며칠 후 우연히 그녀가 다시 방문했고 우리는 같은 소고기 요리를 대접하게 됐다. 아내가 그녀를 위해 한 접시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동안 하인이 이런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그녀에게 그 요리를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전날에도 그녀는 그것을 먹지 않았어요. 냄새가 고약하다나요.”(‘1900, 조선에 살다’·푸른역사)

서양인 선교사와 한국인의 이야기에서 늘 평가하고 판단하는 주체는 문명을 상징하는 서양인이다. 그런데 이 일화에서는 시골 여인이 선교사의 음식을 거부한다. 이 역전된 관계를 통해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게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여인이 ‘냄새가 고약하다’라고 해서 선교사를 비하하거나 혐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일화를 읽었을 때 ‘고수’라는 채소가 떠올랐다. 고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요리에 흔히 사용되지만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1990년대 여행자유화 이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한국 관광객이 “고수 빼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마 선교사가 대접한 요리는 그 여인에게 처음 접하는 고수의 향처럼 생소하고 불쾌했을 것이다.

고수의 원산지는 동부 지중해 연안이며 고려시대 한반도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빈대풀’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선조들도 크게 즐기지는 않았던 듯하다. 영어로는 코리앤더, 스페인어로는 실란트로라고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지만, 여전히 그 향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나뉜다.

고수는 튀김이나 볶음 요리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한국 요리의 풍미와는 다소 이질적이다. 그런데도 최근 한국에는 고수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피 대상이던 이 향채가 글로벌 미식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은 흥미롭다. 고수는 일종의 지표 음식이다. 그 향을 즐길 수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든 현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를 접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음식에 대한 감각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낯선 향취와 맛, 생각과 문화에 대한 직관적 반응이 거부감으로 나타나는 것은 본능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이 뒤섞인 현대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상에 대한 부정과 적대감을 낳고 배타적 자기 확신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세계관이나 신념, 정치의식까지도 이성적 사유가 아니라 감각적 호불호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것 같아 더욱 염려스럽다.

나에게는 고약한 냄새더라도 누군가가 그것을 즐긴다면, 일단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그것이야말로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복잡한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다.

허영란(울산대 교수·역사문화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