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2030 청년 모습이 자주 보이면서 청년들이 보수를 넘어 극우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청년들은 2030세대 안에는 탄핵 찬성 집회에 꾸준히 나가는 이도, 탄핵 찬반 집회와는 거리를 둔 채 일상생활에 충실한 이도 많다며 2030을 극우로 단정하는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만난 2030 청년들은 ‘계엄의 위헌·위법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또 탄핵 반대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됐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 10일 연세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장모(21)씨는 “제 주변의 압도적 다수는 당연히 탄핵 찬성”이라며 “위헌·위법한 계엄이라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씨는 “요건을 갖추지 않은 계엄 선포로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는 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며 “우리나라 역사상 민주주의의 커다란 오점”이라고 말했다.
시국선언을 주최한 김모(26)씨는 “극우적인 목소리가 과대 대표될 수 있다고 생각해 시국선언을 준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 반대는 곧 계엄이 정당했다는 건데, 계엄이 성공해 언론인·정치인·시민들이 탄압받게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지난 15일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2030 청년들은 윤 대통령 탄핵안 인용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남 목포에 사는 강모(31)씨는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광장을 차지했다고 생각하는 건 엄청난 오산”이라며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은) 이미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에 광장에 나오지 않는 것뿐이고 경건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2030의 여론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비율은 18~29세에서 61%, 30대에서 58%로 나타났다. 반면 탄핵 반대 비율은 18~29세에서 29%, 30대에서 35%였다.
국민일보는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정당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찬·반 상관없이 탄핵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2030 청년들도 만나봤다. 이들은 “먹고살기 바빠 광장에 나올 여유도 없다”면서 “광장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보다 광장에 나가지 않은 2030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3년 차 직장인 김모(29)씨는 19일 “주변 친구들을 보면 다들 공부하거나 사회초년생이라 여유가 없다”며 “지방이라 (대규모 집회에) 가기도 힘들고, 그런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거나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2년 차 공무원 손모(28)씨도 "다들 먹고살기 바쁜데 적극적으로 정치적 이슈에 나설 여유가 어딨겠느냐"고 반문했다. 손씨는 "보통의 2030들은 정치 성향이 뚜렷하다기보다 양당 모두의 정치 행태를 비판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정치적으로 국정 운영이 어렵더라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지 계엄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조치여서 결코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서울대 대학원생 박모(29)씨는 "정치를 계엄으로 해결하려 국회 장악까지 시도한 비상계엄 선포는 당연히 대통령 탄핵 사유"라며 "이렇게 당연한 일을 집회까지 해서 주장해야 하나 싶다. 지구가 둥글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 시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은 잘못이라는 인식과는 별개로 현재 2030 남성이 정치적으로 보수화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동의했다. 6년 차 국어 강사 A씨(31)는 "젊은 남성들이 많이 보수화된 건 맞다"며 "문재인정부 때 '성별 갈라치기' 정책, 페미니즘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 2030 남성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광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은 2030 남성들은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2030 남성이 주도했다는 분석에는 강한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취준생 진모(29)씨는 "서부지법 사태의 절반이 2030 남성이라는 보도를 보면 갈라치기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대한민국 인구 전체 중 1%도 안 되는 인원이 참여한 집회, 극소수 일부가 벌인 사태에서 계산한 비율을 갖고 일반화하는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30대 초등학교 교사 권모씨는 "일부의 행동으로 전체 집단을 싸잡는 건 혐오사회인 우리나라의 특징 같다"고 말했다. 특정 집단을 자의적으로 묶은 뒤 혐오 표현으로 조롱하는 행태가 '서부지법 폭력 사태=2030 남성 주도'라는 인식에도 그대로 투영됐다는 설명이다. 권씨는 "보통의 2030 남성들은 부동산, 연애 등 일상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한모(32)씨도 "실제로 여당을 좋아해도 계엄을 잘했다고 보는 사람은 적다"며 "언론이 특정 현상을 형태화시켜 갈라치기하는 작업을 벌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평범한 2030 남성들의 목소리보다 자극적인 특정 집단의 행동에 주목하는 경향이 많다는 의미다. 한씨는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은 왜 조명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웅희 신재희 최원준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