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글로벌 1위 감원·6위 파산… 수익성 어쩌나

입력 2025-02-20 00:24 수정 2025-02-20 00:28
AP연합뉴스

저렴한 항공권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던 저비용항공사(LCC)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적자 폭이 커지면서 인력 감축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LCC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최근 전체 인력의 15%에 해당하는 175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감원 대상엔 고위 경영진과 이사진도 포함한다. 회사는 상반기 안에 감원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LCC 사업 모델의 시초이자 업계 1위 회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건 197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창립자인 고(故) 허브 켈러허 회장은 “회사가 직원을 왕처럼 모셔야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간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중시해 왔던 회사라서 업계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구조조정을 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회사가 칼을 빼든 이유는 비용 절감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47년 연속 수익을 내던 회사는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 항공대란으로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사상 최대 벌금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밥 조던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회사를 혁신하기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올해 2억10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 기준 세계 6위 LCC인 스피릿항공은 지난해 11월 재무구조 악화로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다. 스피릿항공은 기내 반입 수하물에 추가 요금을 받는 대신 항공료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초저가 정책으로 주목받았으나 적자의 늪에 시달렸다.

업계에선 적잖은 LCC가 코로나19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고 본다. 당시 여객 수요 급감하면서 적자가 누적됐다. 이후 여객 수요는 늘어났지만 연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이 항공권 가격을 내리면서 가격 경쟁력의 이점을 잃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LCC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의 무더기 허가로 LCC가 9곳이나 생겨나는 바람에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 운임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부가서비스와 부대사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