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관련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한 증권사 9곳에 대해 기관경고·주의와 과태료 289억원 부과 조치를 내렸다.
금융위는 이날 제3차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하나·교보·SK·유진투자·유안타증권 9개 증권사에 대한 기관제재를 이같이 확정했다고 밝혔다. SK증권을 제외한 8개사에는 기관경고를, SK증권에는 기관주의 조처를 내렸다. 9개 증권사에 총 289억72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조치도 결정했다. 교보증권은 여러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일부 펀드에서도 자전거래를 한 것이 적발돼 1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2023년 12월 발표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9개 증권사는 만기가 도래하는 계좌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 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만기가 1~3년으로 길고 거래량은 적은 기업어음(CP)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맞춘 것이다. 손실 전가 금액은 증권사별로 수백∼수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번 랩·신탁 관련 제재는 채권과 기업어음(CP)의 불법 자전·연계 거래를 통해 고객 재산간 손익을 이전하거나 증권사 고유재산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라면서 “이런 행위는 건전한 자본시장 거래 질서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 위규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최종 제재 수위는 금감원 원안보다 하향 조정된 것이다. 금감원은 교보증권뿐 아니라 하나·KB증권 등에도 일부 영업정지 등을 요구했다. 금융위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등 당시 시장 상황의 특수성과 증권업계의 재발 방지 노력, 과태료 부과 규모 등을 감안했고 자체 내부 감사, 손실 고객 사적 화해 등 사후 수습 노력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회사의 전사적 내부통제 제고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법·부당행위가 재발할 경우 심의 시 가중 요인으로 엄정 제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