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불공정 주장 팩트체크 도움… 더 과감했다면 좋았을 것”

입력 2025-02-21 00:31
국민일보 3기 독자위원회 위원들과 김경호 국민일보 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독자위 출범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화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팀장,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 사장, 조애신 출판사 토기장이 대표,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상헌 법률사무소 헌승 대표변호사. 김지훈 기자

국민일보 3기 독자위원회가 지난 19일 출범했다. 국민일보는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3기 독자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독자위원장에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독자위원에 조애신 출판사 토기장이 대표,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팀장, 김상헌 법률사무소 헌승 대표변호사를 위촉했다. 3기 독자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활동한다. 독자위원들과 독자위 간사(남혁상 편집국 부국장)는 출범식 뒤 열린 첫 회의에서 국민일보의 전반적인 보도 방향, 기획과 미션 및 오피니언 지면, 정치 및 사회적 갈등 속 언론의 역할 등을 두루 논의했다.


김상헌 위원=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기사를 많이 찾아봤다. 국민일보가 프리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사를 심층적으로 보도했는데, 약자에 대한 관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건 단순한 사실 보도를 넘어서서 약자들이 사회적, 법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대처할지 방향점을 제시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언론계에서도 프리랜서, 기자 등 고용형태가 다를텐데 그에 대해 언급하면서 언론계가 방향을 제시하는 기사도 나왔으면 의미가 더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배우 김새론씨 사망 사건도 극단적 선택 이후 책임 소재가 있다고 보여지는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 언급하는 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데, 언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민호 위원장=에밀 뒤르켐이 최초의 사회학자라고 불리는데 뒤르켐은 자살의 핵심이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그 전까지는 개인의 병증이라거나 죄악의 문제, 정신병으로 설명됐는데, 거기서 벗어나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본 것이다. 그래서 최초의 사회과학적 접근이라고 한다. 한국이 자살률 1위로 불리는 상황을 심각하게 다루고, 여러 사회적 요소 중 어떤 것이 자살률을 높이는지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루는 방안을 고민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이대기 위원=국민일보 지면의 전체적인 느낌을 볼 때 정치, 사회, 종교 문제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제가 워낙 경제 쪽에 관심이 많은데, 국민일보 경제 섹션을 보면 다른 종합일간지에 비해 기사의 분량이나 심층도가 약간 떨어져 보인다. 부동산이나 청년 일자리 등은 집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다양한 경제 이슈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연재물이나 기획 시리즈가 부족한 게 아쉽다. 거시경제를 다루는 것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일부 다른 매체는 통계나 외부전문기관 보고서를 인용하고 빅데이터 활용하는 기사들이 보이는데, 경제전문지 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제 분야가 다른 분야만큼 올라가줘야 더 좋은 신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제전문가, 보고서, 외부 전문가에게 기고나 사설 칼럼을 좀 더 폭넓게 운영하면 좋겠다.

경제 기사의 경우 팩트 위주로는 잘 정리가 돼고 있지만, 국민일보만의 시각, 차별화된 전문적인 의견은 잘 안 보인다. 트럼프의 관세 기사를 봐도 더 전문적인 내용이 있으면 좋겠다. 전문가에게 더 의견을 구하고, 때로는 칼럼이나 기고문을 잘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안민호(오른쪽 두번째) 국민일보 3기 독자위원장과 독자위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독자위 회의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안 위원장=최근 국내 상황을 보면, 국가적 위기다. 단순히 대통령이 탄핵된 걸 넘어서 사회 분열적인 양극적 행태나 그에 따른 경제위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다시 한 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국민일보 독자뿐 아니라 많은 사회 구성원이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언론과 유튜브 등이 편파적이고 정파적 정보를 쏟아내는 와중에 중도에서 중심을 잡고 공정한 언론을 지향하는 국민일보 역할이 훨씬 중요해졌다.

최근 상황은 탄핵, 계엄, 현직 대통령 구속 등 3가지 핵심인데 단순히 중도에 서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걸 넘어서 뭐가 옳고 그른지, 뭐가 사실이고 거짓인지 가려주는 게 가장 중요한 언론의 책무인데, 국민일보가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본다.

2월 17일자 6면을 보면 탄핵심판 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그게 진짜 불공정한지 살펴보는 기사가 있었다. 이런 게 언론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고, 좋은 취지로 작성된 기사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기획은 조금 더 과감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분량의 문제이기도 하고, 취재원 숫자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은데 짧은 분량의 기사 안에서 공정, 불공정을 판단하기는 내용이 충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첨예하게 충돌하는 이슈는 더 많은 면을 할애해 쓰면 좋았겠다. 부정선거 논란도 마찬가지다. 주위를 살펴보면 고학력자들조차 부정선거 주장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각의 주장에 대해 분명히 검증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쟁점이 돼있으니 국민일보도 그 쟁점을 두려워 말고 옳고 그름을 가리면 좋지 않겠는가.

최화진 위원=1월 20일자 컨슈머리포트에서 프로틴음료를 평가한 게 지면에 실렸는데 원재료, 가격, 성분 등을 공개하고 전문 헬스트레이너가 평가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컨슈머리포트가 되려면 평가위원 면면을 다양화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로틴음료를 트레이너만 마시는 건 아니니까. 식품영양 전문가, 어르신 등 다양한 소비자로 구성된 위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2월 6일자 지면에 유통 내수시장을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가 장악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C커머스 때문에 국내 통신판매업자 20%가 폐업 신고할 정도로 급증했다고 한다. 기사는 C커머스가 최저가로 판매하는 걸로 냈는데, 기사만 보면 ‘C커머스가 엄청 싸구나, 한 번 이용해볼까’ 하는 소비심리가 발동될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C커머스의 주의할 점 등은 안 보였다. 그런 것도 함께 실어주면 소비자가 한 번 더 고민하고 구매하지 않을까 싶었다.

조애신 위원=저는 미션 지면에 국한해서 말씀드리겠다. 고난을 뚫고 성공하신 분들을 소개하는 ‘4050 신목회열전’ 시리즈를 눈여겨 보고 있다. 얼마 전 충남 보령에 ‘다니고 싶은 교회’ 기사가 좋았다. 그 교회는 다음 세대를 축복하는 사역을 ‘올리브 브레싱’이라고 하던데 그런 걸 다른 교회들도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돼서 성공적으로 목회하시는 분들 말고 열심히 하는데도 부흥을 못하는 미자립 교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코로나 시기 이찬수 목사가 임대료를 못내는 교회에 임대료를 내주셨는데 그렇게까지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고군분투하는데도 어려운 미자립 교회들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성공 케이스만 보지만 열심히 하는데도 부흥 못하는 훌륭한 교회가 많다.

‘빌리온 소울 하비스트 운동’이 통일코리아를 위해 기도한다는 기사도 있었다. 통일에 관심 많은 중대형교회 목사님들이 많으신데 교회들이 통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기획을 해봐도 좋겠다. 장기적으로 복음통일을 위한 시리즈 기획으로, 통일에 관심 있는 목사님들을 연합해보면 좋겠다 생각도 들었다.

안 위원장=외람되지만 또 한 가지 말씀드리면, 수십년 신문을 봐왔지만 모든 신문에서 바뀌지 않는 섹션이 오피니언면이다. 오피니언면은 30년, 40년간 형식이 똑같다. 제가 보기엔 오피니언면이 파편화돼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오피니언도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신문 제일 뒷면에 들어갈 게 아니라 1면이나 2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

온라인,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국민일보만 보지 않는다. 다른 신문과 함께 보기 때문에 해설, 오피니언, 분석, 주장 이런 게 더 중요해졌다. 단순 사실보도만으로 승부하기엔 세상이 너무 바뀌었고, 그러려면 오피니언이 핵심인데 바뀌지 않고 있다. 사실보도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형식, 참여하는 사람, 위치, 규모, 그래픽 등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눈길을 끄는 칼럼, 기획도 많이 들어가면 좋겠다. 오피니언면에선 ‘신동엽의 글로벌 기업 탐구’가 잘 읽힌다. 전면에 쓰면서 사진, 그림도 많이 들어간다. 오피니언면은 아니지만 1월 22일자 8면에 트럼프 취임 관련해서 윤영관, 유성옥 이사장 인터뷰를 양쪽에 넣었는데, 기획 자체가 신선했다. 이런 걸 과감하게 도입하면 좋겠다. 개별 기사들도 좋은 기사가 많았는데, 독자위원 분들도 격려도 많이 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정리=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