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중도보수?… 李 발언 싸고 당내 정체성 논란

입력 2025-02-19 18:55 수정 2025-02-19 23:5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둘러싼 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이 대표 특유의 실용주의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정체성까지 바꾸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범죄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친야권 성향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고 발언했다. 최근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여권에서 ‘우클릭’이라고 비판하자 이를 재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발언을 적극적인 중도 외연 확장 일환으로 해석했다.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기본적으로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도보수적인 방법론까지 다 활용해야 한다는 실용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붙들고 있었고, 그 고민을 담아 미완성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책이 ‘진보의 미래’”라며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도 “정당의 노선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고,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지지자들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의 강령만 봐도 중도보수와는 배치되는 내용이 많다”며 “진보를 지향하지만 중도보수까지 포괄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취지라면 수용할 수 있지만, 아예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규정한다면 당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이 대표의 SNS 글도 다시 주목을 받으며 ‘말 바꾸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 대표는 2016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 안 한다”며 “중도 이동한다며 정체성 잃고 애매모호하게 왔다갔다하면 오히려 의심받는다”고 적었다. 당시 이 대표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 ‘유능한 진보’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MBC 백분토론에서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게 아니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도 우리의 역할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며 “진보적 가치를 버린다고 한 적이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초부자들은 감세를 해주면서 월급쟁이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를 해 온 것인데, 고칠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상속세 완화에 이어 근로소득세 개편 문제를 꺼내 들었다.

김판 송경모 박장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