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12일부터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하는 관세와 같은 수준이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의 대미 수출 1, 3위를 차지했고 의약품은 대미 수출 규모가 4년 새 2배 이상 커진 주력 업종이다. 중국 다음 제2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이들 업종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를 홀로 이끌다시피 한 수출 전체에 악영향을 줄 문제다. 국가적 총력 대응이 절실한 가운데 민간 통상 사절단과 정부 부처의 대미 접촉이 본격 시작됐는데 소기의 성과가 도출되길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제품에 대한 관세를 4월 2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부과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관세 발효를 급하게 하지 않고 상대국이 해법을 찾을 시간을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남은 골든타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이 오늘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백악관, 정·재계 고위 인사들과 만나는 것은 다행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조선 등 핵심 산업 대표들이 참여한 사절단은 양국 간 협력과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인협회도 사절단 파견을 서두르고 있다 한다. 계엄 사태로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터에 기업인의 민간 외교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이 궁극적으로 활발한 대미 투자를 이끌어 양국 경제에 상생이 되고 있고 한국 조선·방산업의 역량이 미 국익에도 도움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조속한 방미와 양국 장관 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7일 산업부 통상 담당 차관보가 미국을 찾아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이 알맹이 빠진 재탕으로 평가받는 데서 보듯 정부의 통상 전쟁 위기감이 기업보다 떨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리더십 공백을 탓하고 복지부동할 때가 아니다. 민간과 함께 대미 협상 전략을 치밀하고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시장 다변화, 수출 기업 지원 등 각종 대책 수립도 서둘러야 한다. 모처럼 민생에 관심 갖는 정치권도 법적·제도적 정비로 민관의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