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은 지구상에 출현한 생명체의 진화 원인과 성질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진화 또는 진화생물학이 투자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다소 엉뚱한 두 조합을 저자는 절묘하게 엮어낸다. 그것도 투자에 성공하는 법을 진화에서 찾아낸다.
먼저 저자부터 소개하면 인도의 주식 펀드매니저다. 2007년 6월 나란다 캐피털이라는 투자회사를 차린 그는 2022년 9월까지 최악의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쳤음에도 연평균 수익률 20.3%를 달성했다. 나란다의 첫 번째 펀드에 1루피(약 16원)를 투자했다면 15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13.8루피가 돼 있을 것이다. 같은 금액을 인도의 대형주 지수에 투자했다면 3.9루피, 중형주 지수에 투자했다면 4루피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나란다의 투자 철학은 ‘우량 기업을 영구히 소유한다’로 요약된다. 저자가 진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이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가장 신뢰하고 유일한 동업자로 인정해 온 찰리 멍거는 2000년 웨스코 파이낸셜의 연례 회의에서 어떤 책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주저 없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꼽았다. 저자는 2년 뒤 그 연례회의 기록을 읽고 책을 산다. 저자는 “그 후로 내 삶은 달라졌다”고 말한다. 20년 동안 진화론과 연관 있는 거의 모든 책을 섭렵했다. 그리고 “자연의 세계와 돈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흥미로운 유사성”을 발견했다. 저자는 책에 대해 “투자를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책, 즉 진화생물학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유효성이 입증된 원리를 적용해 투자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책”으로 설명한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 원칙은 ‘큰 위험을 피하라’다. 생존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 10개 장에서 1개 장에 불과하지만 저자는 “1장밖에 못 읽고 책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책값 이상은 얻어갈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든 사람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실행 오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누락 오류’를 저지른다. 진화가 선택한 길을 살펴보자. 사슴이 수백만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경계심이었다. 목이 말라 물웅덩이를 발견해도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사슴은 사나운 포식자가 지키고 있는 물웅덩이로 향하는 치명적인 실행 오류를 저지르지 않아서 살아남았다. 사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우선시한다. 굶주림을 감수하고서라도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이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진화론의 가르침을 적용해 저자는 “투자하는 법보다 투자하지 않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면서 “위대한 투자자는 위대한 거부자”라고 강조한다. 워런 버핏의 두 가지 투자 원칙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는 원칙을 잊지 말라’와 일맥상통한다.
실전 투자에 적용하려면 ‘큰 위험’이 있는 기업들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최대주주 또는 지배주주가 범죄자나 사기꾼인 기업, 갑자기 실적이 좋아진 기업, 인수합병(M&A)에 중독된 기업, 부채가 많은 기업 등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조언한다. 이 방식의 단점은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락 오류’에 해당한다. 저자의 펀드는 테슬라에 투자하지 않았다. 2017년 테슬라는 부채도 많고 영업 손실도 컸다. 당연 투자 제외 대상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수십 배의 기회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저자는 “평균적으로 실행 오류를 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성공을 낳기 때문에 우리는 기꺼이 이러한 단점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저자의 두 번째 투자원칙은 ‘적정한 가격에 우량주를 사라’다. 어느 누구도 좋지 않은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적정한’, ‘우량’의 의미가 투자자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저자는 러시아 학자들의 ‘은여우 길들이기’ 실험을 통해 “자연에서 한 가지 특성(길들이기)을 선택하는 것이 생명체의 다른 많은 행동과 신체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탁월한 기업의 여러 요소와 바람직한 상관관계가 있는 단 하나의 기업특성은 역사적 자기자본이익률(ROCE)”이라고 말한다. 효과적인 재투자 전략과 잠재적 수익 전망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ROCE가 일반적으로 높으면 “경영진의 자질이 뛰어나고, 자본을 합리적으로 할당하고, 경쟁업체와 비교해 강력한 경쟁 우위가 있고, 성장과 혁신을 위한 여력이 있다”.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또 수컷 구피가 암컷에게 구애할 때 붉고 화려한 무늬를 띠는 사례를 통해서는 ‘과거의 운영 및 재무 실적, 업계 평판’이라는 ‘정직한 신호’를 감지해 투자할 것을 권한다.
최근 진화생물학계에서는 측정 기간이 짧을 때는 진화가 더 빠르게, 길면 더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저자는 “우량 기업도 평가 기간이 몇 주 또는 몇 달일 때는 많은 변화를 겪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년 또는 수십년일 때는 훨씬 안정적으로 보인다”면서 “1955년 미국 포천 500대 기업 중 40~45%는 이후 60년 동안 계속해서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투자 원칙 ‘엄청나게 게으름을 부려라’를 제시한다. “우리는 투자를 하고 나서는, 뛰어난 기업의 근본적인 특성은 장기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 변동을 무시한다. 절대로 가치평가에 따라 매도하지 않는다. 우리는 엄청나게 게으름을 부린다.”
⊙ 세·줄·평★ ★ ★
·진화와 투자의 신선한 조합
·꽤 많은 투자 실천 팁이 나온다
·실천 여부는 독자의 몫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