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내세우는 각종 사역… 정말 성경적일까”

입력 2025-02-21 03:05
‘하나님 나라의 스캔들’ 저자 달라스 윌라드는 예수가 복음서에서 사회 통념을 거스르는 비유를 사용한 이유를 밝힌다. 사진은 윌라드의 생전 모습, 복있는사람 제공

제목에 ‘스캔들’이 들어갔다고 해서 세간에 물의를 빚은 기독교계 지도자를 다룬 책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서 스캔들은 당대 대중에게 충격을 줬던 예수의 비유를 가리킨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설명할 때 사회 통념과 문화적 관습을 거스르는 비유를 즐겨 사용했다. ‘탕자의 비유’(눅 15:11~32)에선 유산을 미리 챙긴 뒤 방탕한 생활을 하다 거지꼴로 돌아온 아들을 조건 없이 환영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포도원 품꾼의 비유’(마 20:1~16)에선 온종일 일한 근로자와 1시간 일한 이들을 동일 대우하는 몰상식한 주인 이야기를 전한다. 민중에게 하나님 뜻을 알려준다고 자부한 유대인 종교지도자들에겐 율법을 거스르는 발언을 수시로 일삼는 예수는 그야말로 스캔들 그 자체였다.


지난해 미국서 출간한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이 책의 저자는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달라스 윌라드(1935~2013)다. 남캘리포니아대 철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국내에선 ‘하나님의 모략’의 저자로 유명하다. 유족과 편집인이 미출간 원고를 정리해 발간한 이번 책의 내용 대부분은 저자가 1983년 13주간 ‘그리스도께서 직접 들려주는 그리스도의 나라 비유’란 제목으로 강연한 내용에서 발췌했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그의 미발표 설교와 원고, 이전 저작 등에서 보충했다.

저자는 예수가 살았던 1세기 유대인뿐 아니라 현대 기독교인도 가진 하나님 나라와 복음에 관한 오해를 깨뜨리는 데 주력한다. 기독교인은 대개 교회가 예수의 사역을 그대로 본떠 활동한다고 생각하나 실제는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기적을 경험하고 그를 좇는 이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지 말고 나를 따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제자로 살겠다는 이들에겐 “여우도 굴이 있고 새도 둥지가 있지만 나는 머리 둘 곳이 없다”(마 8:20)며 경고한다. 이에 반해 현대 교회는 믿지 않는 이를 교회에 데려오기 위해 시간과 돈, 노력을 쏟아붓는다. 교회의 전도 노력이 무용한 것이란 뜻은 아니다. 다만 ‘씨 뿌리는 자의 비유’(마 13:1~9)의 농부처럼 각 사람의 마음에 씨앗처럼 심겨 변화를 일으킬 하나님 말씀을 신뢰했던 예수님의 방식과 대비된다.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선한 사마리아인'. 위키피디아 제공

하나님 나라에 관한 잘못된 고정관념도 교정한다. 저자는 하나님 나라를 ‘하늘들의 나라’로 옮겨야 그 뜻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고 본다. 신약성경 원어인 헬라어로 하늘은 ‘우라노이스’로 ‘하늘들’이란 복수형 표현이다. 그는 주기도문 첫 문구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들어 상이한 표현이 가져온 이해의 차이를 설명한다. 기존 표현을 쓰면 “저 먼 곳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여기기 쉽지만 ‘하늘들에 계신 아버지’로 이해하면 “공중뿐 아니라 우리 주위 공간에서 지켜보는 하나님”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후자의 해석이 하나님 나라 이해에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예수와 함께 이 땅에 온 하나님 나라는 “항상 가까이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믿음’이 아닌 ‘그리스도에 관한 믿음’을 추구하는 세태 또한 지적한다. 둘의 차이는 갈릴리 호수에서 풍랑을 만났을 때 예수와 제자들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예수는 폭풍우 속에서도 평안히 잠들었지만 제자들은 “우리를 구원하라”며 그를 깨운다. 저자는 “그리스도에 대한 제자들의 믿음은 좋은 것이었지만 두려움을 충분히 물리치는 그리스도의 믿음엔 미치지 못했다”고 평했다.

책의 서문을 쓴 미국 영성 훈련 단체 ‘프랙티싱더웨이’ 대표 존 마크 코머는 이를 현대 교회의 현실에 빗대 설명한다. “서구 교회에서 ‘예수의 복음’(하나님이 행한 일)과 ‘예수를 향한 제자도’(우리가 행하는 일)가 비극적으로 분리된 이유는 예수께서 실제로 말씀하고 행한 것에 대한 심각한 오해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오독하고 잘못 실천하는 건 서구 기독교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사역이 모두 주님의 뜻에 들어맞는 건지 냉철히 따져보도록 돕는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