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아낌없이 나누고… 신장 이어 시신까지 기증

입력 2025-02-20 03:08
이수권 장로가 2020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창립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아현성결교회에서 신장기증인 감사패를 받은 모습.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생전에 신장을 기증하고 평생 나눔을 실천했던 84세 장로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며 사랑의 베풂을 실천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생전 신장을 기증했던 고 이수권 장로(1941~2025)가 지난 12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하고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고 19일 밝혔다.

그의 나눔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당시 53세였던 그는 가족들에게 ‘여행을 다녀온다’며 집을 비웠다. 그러나 그가 향한 곳은 여행지가 아닌 병원이었다. 신장 기능을 잃고 투병 중인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긴 그가 신장 기증을 결심하고 수술대에 오르면서,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의 나눔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이후 신장 기증인을 돕기 위한 간병 봉사도 적극적으로 이어갔다. 하나님께 생명의 은혜를 받은 사람으로서 생명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였다. 경기 파주시 큰기쁨교회에서 장로로 섬긴 그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나눔과 헌신을 삶의 원칙으로 삼았다.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며 신실한 믿음을 지켰고, 전도와 봉사를 통한 나눔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7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상을 겪은 후 급격히 건강이 악화했다. 8월에 심혈관 수술을 받은 뒤엔 폐에 물이 차는 등 상황이 더 나빠지자 그는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자신의 몸을 의학 연구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밝힌 것이다. 그리고 지난 9일 갑작스러운 소화 불량으로 응급실을 찾은 이 장로는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그의 뜻을 받들어 시신을 기증했다. 딸 이지현(46)씨는 “아버지는 법 없이도 사실 만큼 선한 분이셨다”며 “나눔을 삶의 원칙으로 삼고 늘 실천하셨다”고 회고했다. 며느리 이경희(53)씨도 “아버님은 가족 간의 화목과 신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다”며 “그 뜻을 따라 우리도 형제간의 사랑과 믿음 생활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