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울러 ‘MZ세대’라 한다. 이들은 직접 경험하는 것을 즐기고 새로움을 추구한다. 생각이 맞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세대다.
이러한 성향은 여행에서도 나타난다. MZ세대를 겨냥해 속속 등장하는 특화 상품에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2030세대만 참여할 수 있는 여행 상품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눈길을 끈다. 런트립(Run+Trip), 스포츠 직관 투어, 셀럽 투어 등 특정 목적을 가진 이색 테마 상품이 대표적이다. 기존 패키지 상품과 달리 단기간만 운영돼 기획 등 준비 단계에서 많은 수고를 쏟아부어야 하지만 신규 고객 확보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젊은층에 확산되는 러닝 열풍에 발맞춘 여행사들은 해외 관광청과 손잡고 현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런트립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도 성황리에 모집과 행사 운영을 마쳤고, 올해도 오픈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직 마라톤 선수나 러닝 인플루언서와 참가자들의 런생샷(러닝+인생샷)을 담아줄 러닝 전문 포토그래퍼도 함께한다. 미국 프로농구(NBA) 팬을 위해 NBA 전문 유튜버가 동행해 현장에서 생생한 해설과 농구 이야기를 전하는 여행 상품은 700만원대의 다소 높은 가격에도 30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예약자의 90%는 MZ세대였다. F1 경기나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 관람을 목적으로 한 패키지도 있고, 테니스·골프 경기 직관 여행 수요도 꾸준하다. ‘버킷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패키지 여행도 있다. 유명 방송인·유튜버 등 셀럽과 팬이 함께하는 여행 상품이다.
과거 중장년층이 주로 이용했던 패키지 여행이 이제 젊은층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젊은 소비층은 패키지 여행 상품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비슷한 연령대의 또래끼리 떠나는 테마여행 상품에 관한 문의가 늘고 있다. 깃발 든 가이드가 수십 명을 줄줄이 이끌고 다니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세심하게 계획된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굵직한 일정과 호텔·교통편 등을 공유할 뿐 세부 일정은 따로 할 수도 있다.
밍글(mingle)은 ‘섞이다, 어우러지다’라는 뜻이다.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끼리 함께 떠나는 여행 상품을 ‘밍글링 투어’라고 한다. 이 타이틀을 지닌 한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 상품은 2030세대만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 제한을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의 가족 단위나 단체관광 중심의 패키지 여행과 달리 혼자 참가하는 여행자들 비율이 높다. 실제 예약자의 80% 이상이 1인 예약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패키지 여행 상품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밍글링 투어 Light’도 선보였다. 기존 밍글링 투어와 달리 특정 활동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 여행자들끼리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차별화된 요소다. MZ세대 다음은 알파(α)세대다. 1980~90년대 태어나 30, 40대가 된 MZ세대의 자녀로, 지금 초등학생들이다. 올해부터 베타(β)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세대마다 경험과 환경이 다르다. MZ세대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언어와 기계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태생)’였다면 알파·베타 세대는 스마트기술과 인공지능(AI)의 부상을 경험하는 ‘AI 네이티브’다.
각각 생각과 성향이 다른 세대라고 해도 모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길 계기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여행일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을 읽어내고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