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세계청년대회가 2027년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걸 처음 듣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천주교도 2023년 말 조직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신앙을 나누고 교류하는 초대형 국제 행사로 198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제안으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2~3년 주기로 전 세계를 돌며 진행되는데 70만명을 웃도는 청년과 사제가 한자리에 모인다니 실로 엄청난 규모다. 고작 2년 뒤 열리는 대회에는 교황도 방문할 예정이라니 온 나라가 한동안 ‘가톨릭’으로 가득 찰 게 분명하다.
대회를 유치한 나라 중 상당수는 가톨릭 교세가 우상향했다. 필리핀이 대표적이다. 대회 후 신자가 꾸준히 늘어 현재 인구의 80%가 가톨릭 신자다. 가톨릭 세속화로 휘청였던 폴란드도 세계청년대회를 기점으로 젊은 층 유입이 늘었다.
한국천주교가 대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불교와 갈등을 빚는 것도 눈길을 끈다. 몇몇 국회의원이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하자 불교계가 이 법안이 특정 종교에 특혜를 줄 것이고 정교분리에도 어긋난다고 하면서 갈등이 촉발했다. 대회 후 주요 도시의 성역화가 진행된다는 우려도 불교계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조계종은 ‘서울 세계청년대회 특별법 저지 대책위원회’까지 꾸리고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축제를 준비하는 한국천주교와 문제를 제기하는 조계종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각자의 미래에 대한 준비와 염려를 동시에 한다는 점이다. 둘의 고민을 관통하는 주제는 다름 아닌 ‘다음세대’다. 정작 오래전부터 다음세대에 관심이 컸던 개신교는 조용하다. 물론 이 대회를 나서서 반대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럴 이유는 없다. 오늘보다 내일에 관심을 둬야 교회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겠냐는 질문이다.
사실 이런 가톨릭 청년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고 있는 목회자도 많지 않다. 개신교만 현실에 안주해 미래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세계청년대회가 끝나고 나면 우리나라 천주교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교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청년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란 건 명약관화하다.
개신교 교세는 2000년 들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청년 교인 비율은 2010년 이후 10년 사이에 30% 가까이 줄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청년부를 운영하는 교회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교회의 미래 자원이 빠르게 사라지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어진 탄핵 정국 속에서 개신교는 때아닌 이념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스팔트 종교’라는 별명까지 얻고 말았다. 목사와 교인의 이름으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외치는 여러 정치적 구호가 빚어낸 꼬리표다.
과연 우리 안에 교회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일부에선 지금 거리에서 내는 목소리가 결국 교회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주장도 있긴 하다. 과연 그럴까. 이로 인해 교회 안팎으로 짊어져야 할 부담만 날로 커질 뿐이다.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이웃 종교들의 모습, 반면 현실에 머물러 있는 듯한 개신교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했던 연설에서 “과거와 현재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은 정치적 대혼란기를 지나고 있다. 뜻하지 않게 그 중심에 선 개신교회가 정작 중요한 기독 청년들의 미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개신교의 미래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장창일 종교부 차장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