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 249명이 약 6년간 대형 입시학원과 유명 강사들에게 시험 문제를 만들어주고 모두 212억9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업체와의 문항 거래 사실을 감추고 수능 출제위원으로까지 활동한 교사도 있었다. 감사원은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교사와 학원 간 ‘검은 거래’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18일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적발된 교원들이 2018~2023년 6월 받아 챙긴 금액은 약 213억원으로 교사 1인당 평균 8500만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사교육업체로부터 5000만원 이상을 받은 서울·경기 등 6개 광역시 고교 교원을 집중 점검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교사와 학원·강사의 부당 거래는 사교육업체의 문항 제작팀이나 강사가 EBS 교재 집필진 명단을 입수해 교원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인맥이나 학연 등을 통해 출제 능력이 있는 교원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사교육업체와 교원은 문제 유형과 난이도에 따라 문항 단가를 한 개당 10만~20만원으로 정했다. 한 교사는 7명의 동료 교사와 함께 ‘문항 제작 조직’을 꾸려 사교육업체로부터 6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2023학년도 수능 출제 과정에서 현직 교사로 구성된 검토위원 전원이 오답을 낸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이 그대로 출제된 사실도 감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은 문항 판매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과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교사 29명에 대해 징계요구 및 비위 통보했다. 동료 교원을 끌어들여 ‘문항 공급책’ 역할을 맡기거나 학교 시험에 사교육업체 판매 문항을 출제하고 알선료를 수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교육 카르텔’에 동참한 이들이다. 감사원은 나머지 220명에 대해서도 적정 조치하도록 교육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교육부에 대해서도 “2016년 7월 시·도교육청에 ‘학원용 문항 매매행위 금지’ 공문을 발송했지만, 이후 인수인계 누락 등을 이유로 지도·감독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또 킬러 문항 출제를 방치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주의를 촉구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