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6차례 전화해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했다는 내용의 검찰 조서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공개됐다. 국회 측의 조서 공개에 윤 대통령 측 일부 변호사가 항의성 퇴장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직무 복귀는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며 신속한 파면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 막바지까지 부정선거 의혹을 거론하며 “합헌·합법적, 평화 계엄”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 측은 18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9차 변론에서 “대통령 전화를 받았더니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는 조 청장의 검찰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후부터 이튿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할 때까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 6회 전화를 받았고, 다른 5차례 통화도 같은 내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국회 측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진술도 공개했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전화로 ‘도와줄 것 없느냐’고 물어 ‘(체포 명단) 위치 확인을 도와달라’고 얘기했다. 홍 전 차장이 일반 휴대전화로 전화해 찜찜해서 명확히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국회 측은 “여 전 사령관과 조 청장, 홍 전 차장이 진술하는 체포 대상자 명단이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록 공개에 반발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조대현 변호사는 변론 초반 국회 측 발언을 끊고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라고 명시하는데, 형소법에선 수사기관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피청구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미 두 차례 이상 재판부 의견을 밝혔다”며 헌법재판소법상 증거 채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변호사는 항의 차원에서 짐을 싸서 심판정을 나간 후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국회 측 대리인인 헌법재판관 출신 김이수 변호사는 “민주화 이후 어느 대통령도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상계엄을 선포하지는 않았다”며 “비상계엄 권력을 사용하는 순간 민주공화국은 붕괴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에 왔으나 변론 시작 직전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이날 변론은 진행 상황 정리 차원인 점을 감안해 대리인단에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줄탄핵 등 (민주당) 입법독재 등에 대해 대통령은 합헌·합법적 평화적 계엄, 단시간 내 국민 호소용 계엄을 실시했다”며 “실제 결과도 국민들이 다치거나 하는 피해 사례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지난 2022년 위조 투표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여러 투표지 관련 의혹들을 재차 제기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 배경을 언급하며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상대로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대통령 입장에선 이런 중대한 위협을 국민에게 알려야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며 “왜 언론을 통해서 하지 않았느냐면 우리나라 언론은 전국 언론노조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형민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