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에서는 헌재와 관련된 여야 입법전이 가열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여권과 윤 대통령 측의 헌법재판관 임명이나 탄핵심판 비협조에 대응해 방해물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법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맞서 여당은 헌재로 넘어간 공무원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이나 소속 정당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두 달여간 발의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총 11건이다. 이 가운데 야권에서 발의한 법안이 10건으로 월등히 많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헌재에 불출석한 증인을 강제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청문회나 안건심사회의에 불출석하는 증인에게 동행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단독 처리했는데 이를 헌법 재판에까지 적용한 것이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내란죄·외환죄 관련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더라도 정지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 임기가 탄핵심판의 중요 변수로 거론되면서 임기가 만료돼도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법안도 여러 건 발의됐다. 아예 후임 재판관 임명 절차를 퇴임 예정인 재판관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개시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접수됐다.
국회가 추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을 미루지 못하도록 하고, 특정 기간(7~10일 이내)이 지나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개정안도 잇달아 발의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국회나 대법원장이 아닌 대통령에게 부여한 건 국회 추천 혹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후보자가 부적격일 때 대통령이 임명을 보류하거나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취지인데 이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탄핵안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발의자나 발의자 소속 정당이 탄핵심판에 든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달 초 김장겸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탄핵소추가 권한 남용에 해당하거나 소속 정당에 중대 과실이 있는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국회의 공직자에 대한 무분별한 탄핵소추를 막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배경에 야당의 ‘줄탄핵’ 등 국정 마비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개정안에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권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여러 차례 “국회를 통과한 공직자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그 탄핵안을 발의한 의원을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