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2)씨는 올해 자동차 보험을 지난해보다 약 3만원 저렴한 28만원에 갱신했다. 얼마 전까지 손해율 악화로 차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보험료는 오히려 낮아졌다. 특약 할인율이 높아진 덕분이다. 김씨는 ‘티맵’ 안전점수 90점 이상, 다자녀, 첨단운전장치 부착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우량 가입자’다.
금융 당국의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차 기본 보험료를 낮추고 있는 보험사들이 되레 특약 할인은 확대하고 있다. 손해율이 나빠질수록 사고 위험이 적은 가입자를 확보해 수익률을 개선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운전자들은 더 싼 가격에 자동차 보험을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은 4월 6일 책임개시 계약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0.9% 인하한다고 18일 밝혔다. 현대해상은 4월 6일 책임개시 계약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0.6% 내린다. 지난달 삼성·메리츠화재는 자동차 보험료를 1%, DB손해보험은 0.8%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손보사들이 기본 보험료를 연이어 낮추면서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3.3%로 이미 손익분기점(80~82%)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의 사례처럼 역설적으로 우수 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보험료를 낮춰서라도 사고 위험이 적은 가입자들을 확보하는 게 수익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안전운전점수 할인율은 2023년 말 최대 16%였으나 지난해 말 최대 30%까지 확대됐다. 흥국화재도 이달 안전운전점수 최대 할인율을 기존 14%에서 17%로 확대하고, 기존에는 할인을 받지 못했던 70~80점의 가입자에게도 2%의 혜택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다수 보험사들이 기존 특약의 할인율을 상향 조정했다.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할인 특약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이달 개인용 자동차보험에 대한 ‘에코(Eco) 모빌리티 이용 할인특약’을 선보이고 특허 등록을 마쳤다. 직전 2개월간 대중교통 이용 일수가 25일 이상이면 8% 이상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현대해상에서는 어린이 통학버스 할인 특약도 최초로 선보였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은 대표적인 적자 상품이지만 특성상 보험료를 크게 올리기 쉽지 않다”며 “보험사들은 수익률 개선을 위해 당분간 할인 특약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