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이 발달해 ‘코트노폴리스’(Cottonopolis·방적 도시)라고 불렸던 영국 맨체스터의 훠드워스 미술관은 섬유를 활용한 작품을 2만점 넘게 소장하고 있다. 한국의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매회 방문객이 30만명 넘게 찾는 공예 분야 대표 행사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두 기관과 함께 ‘섬유 공예와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협업을 진행한다. 오는 9월 4일 개막하는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시작으로 훠트워스 미술관(내년 2월), 인도 뉴델리의 국립공예박물관(내년 7월)에서 관련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18일 공개한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이 시리즈를 통해 국내 공공 예술기관이 외국 단체와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계 여러 예술기관이 지역을 초월하는 주제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게 목표다. 백남준 아트센터와 브라질 상파울루의 피나코테카 미술관과의 협업도 준비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새로운 예술적 실천에 동참하고자 하는 기관을 다각도에서 지원하며 초지역적 협업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예술 분야에 손을 내미는 자동차회사는 현대차그룹뿐만이 아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2017년부터 오케스트라·뮤지컬·서커스·미술·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를 후원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셀렉션’을 진행하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2017년), 조성진 리사이틀(2018년), 조수미와 이무지치 내한 공연(2021년),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임윤찬(2023년), 뮤지컬 라이온킹(2018년)·오페라의 유령(2019년)·스쿨오브락(2024년) 등의 국내 공연을 후원했다.
BMW는 아프리카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현지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미디어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2022년부터 ‘프리즘 서울’의 공식 파트너로 특별 작품 전시를 돕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예술 단체나 전시 후원뿐만 아니라 신진 예술가를 직접 발굴하기도 한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2017년부터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를 통해 국내 신진 공예 작가들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공예 작가 27명의 전시 등을 지원했다.
자동차회사가 예술 생태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엔 시간이 갈수록 자동차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에서 ‘생활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자동차회사도 ‘탈 것’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문화를 만들어 가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돈만 벌기 위해 애쓰는 회사는 망한다. 사회에 기여하는 문화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예술가를 지원하는 과정에 그들의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제품에 스며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