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뜰하지 않네…’ 인기 꺾인 알뜰폰

입력 2025-02-18 19:03 수정 2025-02-19 00:15
게티이미지뱅크

저렴한 요금으로 인기를 끌며 매달 가입자를 늘려오던 알뜰폰(MVNO) 시장이 3년여 만에 역성장 국면에 돌입했다. ‘0원 요금제’ 등 파격적인 상품을 출시하며 이동통신사와 고객 쟁탈전을 벌였지만 도매대가 협상에 난항을 겪고, 통신 3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타격을 입었다. 알뜰폰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며 가입자 감소세를 다시 반전시킬 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알뜰폰 가입 회선은 949만2407개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달(11월·952만5558개) 대비 3만3151개 감소한 수치다.


감소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알뜰폰은 2021년 10월 이후 매달 신규 가입자를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다. 통신 3사와 비교해 통화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매달 수만명의 통신 3사 고객을 뺏어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도매대가 협상에 실패하며 알뜰폰 파격 요금제가 자취를 감췄다. 알뜰폰은 이통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망을 빌려와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망 대여료를 둘러싼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통신 3사로부터 지원받는 판매장려금이 줄어든 것도 초저가 요금제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반대로 통신 3사는 1000만명에 달하는 알뜰폰 고객을 다시 탈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통신 3사는 알뜰폰이 아직 선점하지 못한 5G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2만~3만원대의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며 고객 탈환에 나서고 있다. 이런 저가 요금제에 각 통신사가 제공하는 가족결합 할인, 멤버십 혜택 등을 고려하면 알뜰폰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

알뜰폰 업계는 시장을 다시 키우기 위해 저가 요금제를 손질하는 등 채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달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1MB당 1.29원에서 0.62원으로 최대 52% 낮추며 요금제 가격을 추가 인하할 여력이 생겼다. 알뜰폰 업계는 인하된 올해 새 도매대가가 적용되면 1만원대에 월 20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5G 요금제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통신사와 도매대가 협상을 주도하는 사전규제 제도가 다음 달에 종료되면 알뜰폰 업계가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하는 만큼 초저가 요금제를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 협상으로 도매대가가 크게 인하돼 다시 경쟁력 있는 초저가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진 분위기”라며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으로 낮춘다면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