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직접 배상받는다… 첫 승소 판결

입력 2025-02-18 18:54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이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추심해 달라고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피해자 측이 전범기업에 대한 추심금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히타치조선의 법원 공탁금을 수령한 강제동원 피해자에 이어 두 번째로 배상금을 받아낼 길이 열린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51단독 이문세 부장판사는 18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故) 정창희 할아버지 유족 6명이 미쓰비시중공업 손자회사인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를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엠에이치파워가 정씨 배우자에게 1900여만원, 자녀 5명에게 각 1200여만원 등 총 8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밝혔다.

정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미쓰비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윤석열정부는 2023년 3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민간 기업 기부금으로 마련한 배상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정씨 유족들은 제3자 변제 방식을 거부하고 승소 판결을 기반으로 일본 기업으로부터 직접 배상금을 받겠다며 2023년 3월 추심금 소송을 냈다. 유족 측 대리인단은 미쓰비시 손자회사인 국내 법인 엠에이치파워가 미쓰비시와 용역 계약을 통해 매년 수천만원가량을 받는 점을 확인한 후 ‘이 자산을 유족들에게 지급해 달라’고 주장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판결이 확정되면 추심을 통해 일본 기업 배상금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이전에도 미쓰비시가 보유한 한국 내 상표권·특허권 등에 대한 판결은 있었지만, 미쓰비시가 매각에 응하지 않아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금전채권은 별도 매각 절차 없이 집행할 수 있다. 법원이 추심금을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해 유족 측은 판결 확정 전에도 돈을 받을 수 있다. 미쓰비시가 판결에 불복해 가집행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판결 확정 전까지 지급은 미뤄지지만, 미쓰비시는 판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원에 공탁해야 한다.

유족들이 추심금을 받게 되면 지난해 2월 히타치조선이 법원에 공탁한 돈을 수령한 사례에 이어 두 번째로 피해자 측에 실질적 배상이 이뤄지게 된다. 피해자 측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정부가 대신 돈을 주고 끝낼지, 그걸 거부한 사람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냈다고 역사에 남길지의 갈림길에서 법원이 배상 기회를 열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