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들 뛰는데 유럽은 공회전… 獨총리 “짜증 난다”

입력 2025-02-18 18:58 수정 2025-02-19 00:03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맨 왼쪽) 특사,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맨 오른쪽)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디리야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간 ‘직거래’ 방식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패싱’당할 위기에 놓인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평화유지군 파병안을 놓고 충돌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특사와 참모들이 종전 협상의 속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유럽 정상들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유럽 정상들이 파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의 지원 수준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에 서로 동의했다”며 “유럽의 자체적인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안건을 놓고서는 정상 간 의견이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폴란드 정상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약 3시간30분 동안 비공식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성격상 공동성명이 채택되거나 기자회견이 열리지는 않았다.

이날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을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소외시키는 것에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정상들은 미국 없이는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결론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미국의 안보 제공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한 당국자는 로이터에 “정상들이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 접근 방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하고 스타머 총리가 동의한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안은 다른 정상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파병안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짜증이 났다”며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평화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파병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해 다양한 행동에 나서겠지만 파병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4시간 30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벌였다. 양 측은 고위급 인사로 종전을 위한 별도 팀을 구성해 협상을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측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러시아 측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루비오 장관은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반발을 의식한 듯 “모든 사람이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해결책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도 협상의 특정 시점엔 개입해야 한다. 누구도 (협상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