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는 이재명”이라며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 안팎의 비판과 견제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당내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가 진보 정체성 훼손을 우려하고, 여당은 “진정성 없는 말 바꾸기”라며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19일부터 사흘 연속 ‘경제 중심’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19일 미국과의 조선·방산 협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20일에는 현대차 아산공장을, 21일에는 양대 노총을 찾는다. 이 대표는 현대차 공장에서 경영진과 간담회도 갖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 한·미 안보 협력에 더해 국내 조선업까지 활성화할 수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을 포인트를 현장에서 찾고, 기업 관계자들과도 지혜를 모아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증폭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수도권 중산층 주택 상속에 대한 상속세 완화 정책 등으로 이 대표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 한도 현실화를 추진한다”며 “28년 전 기준인 배우자 공제 5억원을 10억원으로, 일괄공제 5억원을 8억원으로 현실에 맞게 각각 상향하려 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목표는 중산층의 세 부담 증가를 막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명계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가 전통적 민주당의 정체성과 어긋난다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KBS라디오에 나와 “요즘 (이 대표의) 중요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며 “선거를 의식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이 기본 가치나 정체성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으면 전문가, 이해 당사자와 같이 모여 심도 있게 토론하고 조정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이 대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반도체 특별법,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상속세 완화 등 각종 경제 이슈에서 180도 입장을 바꾸며 그 책임을 여당 탓으로 돌리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지난 3일 정책 토론회 자리에서 반도체 특별법에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특례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점을 거론하며 “불과 2주 만에 입장을 또 바꿨다. 요즘 들어 성장을 외치는데 정작 성장하는 것은 이 대표의 ‘거짓말 리스트’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