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제, 경제” 하는데… 비명계는 정체성, 與는 진정성 의심

입력 2025-02-19 02: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는 이재명”이라며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 안팎의 비판과 견제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당내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가 진보 정체성 훼손을 우려하고, 여당은 “진정성 없는 말 바꾸기”라며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19일부터 사흘 연속 ‘경제 중심’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19일 미국과의 조선·방산 협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20일에는 현대차 아산공장을, 21일에는 양대 노총을 찾는다. 이 대표는 현대차 공장에서 경영진과 간담회도 갖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 한·미 안보 협력에 더해 국내 조선업까지 활성화할 수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을 포인트를 현장에서 찾고, 기업 관계자들과도 지혜를 모아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증폭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수도권 중산층 주택 상속에 대한 상속세 완화 정책 등으로 이 대표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 한도 현실화를 추진한다”며 “28년 전 기준인 배우자 공제 5억원을 10억원으로, 일괄공제 5억원을 8억원으로 현실에 맞게 각각 상향하려 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목표는 중산층의 세 부담 증가를 막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명계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가 전통적 민주당의 정체성과 어긋난다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KBS라디오에 나와 “요즘 (이 대표의) 중요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며 “선거를 의식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이 기본 가치나 정체성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으면 전문가, 이해 당사자와 같이 모여 심도 있게 토론하고 조정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이 대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반도체 특별법,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상속세 완화 등 각종 경제 이슈에서 180도 입장을 바꾸며 그 책임을 여당 탓으로 돌리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지난 3일 정책 토론회 자리에서 반도체 특별법에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특례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점을 거론하며 “불과 2주 만에 입장을 또 바꿨다. 요즘 들어 성장을 외치는데 정작 성장하는 것은 이 대표의 ‘거짓말 리스트’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