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부대 지휘관이 자신의 임무를 ‘불순 세력에 의한 테러 상황 대처’로만 인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선관위에는 특전사뿐만 아니라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도 투입됐는데 검찰은 ‘계엄 윗선’이 선관위 서버를 비밀리에 탈취하기 위해 일선에 제한적 정보만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정근 특전사 3공수여단장은 최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이 같은 내용의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김 여단장은 지난해 4월 자신이 취임한 후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줄곧 수도권 일대 대규모 테러 발생에 대비하라고 강조했다’고 진술서에 적었다. 특전사 1·3·9공수여단은 계엄 당시 국회와 선관위 등에 투입됐다. 계엄 선포 이틀 전 곽 전 사령관은 김 여단장에게 비화폰으로 연락해 “주저하는 대대장들은 없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계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계엄 선포 후 김 여단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불순 세력에 의해 중요 장비와 시설이 손타지 않도록 2개 대대를 보내 과천 선관위와 수원 선관위 연수원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선관위로 간 김 여단장은 먼저 도착한 정보사 장교에게서 ‘우리 임무는 서버실 통제이고 방첩사가 오면 인계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단장 등은 경찰과 경계 방안을 논의하던 중 곽 전 사령관 지시를 받고 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오전 1시16분쯤 철수했다고 한다. 김 여단장 측 변호사는 “김 여단장은 불순 세력으로부터 선거 시설을 보호하는 임무로 이해했다”며 “정당한 군사 작전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계엄 지휘부가 선관위 서버 탈취를 위해 특전사, 방첩사, 정보사의 역할을 나누는 등 체계적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에서 선관위 계엄군 투입 지시를 인정하면서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선관위 시스템 스크린(점검) 차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서버 확보 지시는 방첩사 일선에 전달됐는데 방첩사 간부들이 위법 소지가 짙다고 판단해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재환 송태화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