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에도 굳건한 中 증시… AI 딥시크의 힘?

입력 2025-02-19 01:14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경제 성장 둔화에도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 10% 추가 관세 부과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강화 등 대(對) 중국 압박 수위를 이전보다 높이고 있지만, 기술주를 중심으로 중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18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17.09% 상승했다. 이는 14일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4.19%) 나스닥(3.87%)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본토 증시인 상해종합(1.90%) 심천종합(5.25%) 지수도 견조한 흐름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2018년 상해종합이 30%가량 하락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등장이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상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정부 업무보고에 AI 관련 내용을 삽입하고 올해 1월에는 600억 위안의 AI 투자기금을 신규 조성했다. 중국의 소비와 투자 등 경제지표는 둔화하고 있지만 딥시크와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서 기술주 중심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홍콩증시에 상장된 기술기업 30개로 구성된 홍콩항셍테크는 올해 들어 29.21% 상승했다. 여기에는 샤오미 알리바바 레노보 바이두 등 기술주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개별 기업 주가는 20~60% 급등했다. 국내 투자자도 중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는 올해 들어 BYD(232억원) 바이두(47억원) 메이투안(38억원) 등 기술 기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이 한계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딥시크가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등장으로) 미국의 압도적 기술 우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시장이 트럼프 정부 정책을 다른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응 수위가 높지 않은 것도 주가 상승 재료가 됐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10% 추가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1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중국에 수입되는 LNG 가운데 미국산은 5%에 그치고 석탄은 1%도 되지 않는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