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여천NCC에 1000억대 추징금 예고… 석화업계 유동성 경고등

입력 2025-02-18 19:04 수정 2025-02-19 10:31

국세청이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합작사인 여천NCC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 영업적자만 8000억원에 육박한 여천NCC는 1000억원대 추징금을 낼 처지에 놓였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최악의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의 유동성 리스크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 저승사자’로 통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DL그룹의 지주사 DL㈜의 대주주인 ㈜대림과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DL케미칼,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합작사인 여천NCC에 대한 조세범칙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DL그룹 계열사 DL이앤씨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과정에서 부당거래와 탈세 정황을 포착하고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DL그룹의 조세 포탈 행위 등을 들여다보던 중 불똥이 합작사 여천NCC로 튄 것이다.

여천NCC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이은 국내 ‘톱3’ 에틸렌 생산능력 보유 회사로, 한때는 DL과 한화 모두에게 ‘효자 기업’이었다. 하지만 석화 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아 적자와 부채비율이 눈덩이로 불어나면서 이 회사 역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져 회사채나 기업어음 시장에서 신규 자금 조달 길도 막혀 있다. 여기에 과세 당국의 사정 칼바람으로 경영상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한화솔루션 입장에서는 지난해 정기 세무조사를 통해 과거 5년치 관련 조사를 마쳤는데, DL케미칼과의 합작사라는 이유로 같은 기간에 대한 조사를 다시 받는 처지다. 특히 국세청은 조사 중지와 재개를 수차례 반복하며 여천NCC 과세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여천NCC에 1400억원의 추징금을 통보한 상태다.

현재 석화 산업은 수요 부진이나 고유가에 의한 경기 변동형 불황이 아닌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적 불황이라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6100만t)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도 업황 회복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말에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이례적으로 마련하고 사업 재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세제·고용 등 패키지 지원안을 내놨을 정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여천NCC는 다음 달이면 공모사채 2500억원 상환을 앞두고 있어 국세청 과세가 더해지면 부채비율이 400%를 넘을 것”이라며 “기한이익상실(EOD) 현실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