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직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둘러싼 이견으로 반도체특별법안 처리가 불발되자 책임 공방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조금 지원 등 기합의된 것부터 통과시키고 52시간제는 나중에 다루면 되는데 여당이 반대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야당이 경쟁력 강화에 핵심인 52시간 예외 조항을 빼면서 처리가 무산됐다고 반박했다. 전 세계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자 뒤늦게 마련한 게 이 법이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법안 처리에 또 수개월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초 “몰아서 일하면 왜 안 되냐”고 했다가 돌연 “장시간 노동으로 경쟁력 확보하는 건 모순”이라고 오락가락하면서 법안 처리가 더욱 꼬이게 됐다.
특별법까지 만들어 업계를 지원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라면 52시간제에 있어서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기업들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반도체 수요와 성능 요구에 맞추려면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52시간 예외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한다는 노동계 우려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는 대체 휴가나 인센티브로 보상하고, 현장에서 노사 협의로 탄력적으로 예외 조항을 적용하면 어느 정도 우려를 해소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를 감안해 민주당도 이번엔 한발 물러나 입법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적어도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이 문제가 일단락될 수 있어야 한다.
협의회에선 또 국민연금 개혁에도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야당은 개혁 과제 중 모수개혁(내는 돈과 받는 돈 조정)을 먼저 처리한 뒤 기초·퇴직연금과 연계한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데 반해, 여당은 둘을 한꺼번에 개혁하자는 입장이다. 다행히 최근 여당이 국회 연금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면 모수개혁을 먼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협의회에서 야당은 연금특위 발족에 응하고, 여당은 2월 임시국회 내 모수개혁 처리를 약속하면 좋을 것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진전이 있어야 한다. 추경은 정부와 야당이 필요성을 여러 번 제기해 왔고, 여당도 처음에는 반대하다 지금은 꼭 필요한 곳에 ‘핀셋’ 지원하는 추경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15조~20조원 추경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만큼 협의회에서 대략적인 규모에도 합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추경은 빨리 편성될수록 효과가 크기에 민주당도 ‘전 국민 25만원 지역화폐 지급’ 요구를 거둬들이고 속히 합의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