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겨울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컴퓨터 화면을 보더니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라고요. 3기로 향하는 위암이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아내가 펑펑 울기에, 괜찮다고 잘 회복할 거라고 위로하곤 작업실로 왔어요. 머릿속에 선명하게 두 가지 질문이 들어왔는데 답을 하지 못하겠더군요. 충격이었습니다.”
17일 오후 경기도 광주 소망수양관에 모인 500여명의 예술인이 무대 위에서 독백하듯 이야기하는 설교자를 숙연하게 바라봤다. 이날의 메신저는 ‘가시나무’ ‘숲’ ‘재회’ 등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노랫말과 곡조로 사랑받은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 목사였다. 그는 2박3일간 진행된 ‘2025 아티스트 개더링’ 행사의 첫 번째 설교자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하 목사 머릿속에 들어왔던 첫 질문은 ‘네가 그동안 정말 하나님을 사랑했느냐’였다. 그는 “교수와 목사로 하나님 일 한다며 살았는데 돌아보니 하나님보다 하나님이 주신 것들을 더 사랑했던 것”이라며 “내 인생이 아버지보다 아버지의 재산을 사랑했던 탕자와 다를 것 없다고 판명 나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두 번째 질문은 ‘하나님께서 너에게 보내주신 사람들을 정말 사랑했느냐’였다. 그는 “그동안 사랑에 대한 노래를 작곡하고 수천 번 사랑 노래를 불렀지만 사랑의 중심에서 멀어진 채 사랑의 표면만을 표현해 왔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죽음보다 더 큰 두려움은 ‘그 상태로 주님 앞에 서는 것’이었다”며 “두 가지 질문이 나를 깊은 회개와 변화로 이끌었다”고 했다.
하 목사의 설교는 번영과 성공 숭배로 가득한 시대에 크리스천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성경 호세아서에는 세속적인 가나안 문화를 대표문화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기독교 고지론’과 닮았지요. 여전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기가 바라는 꿈을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라 착각합니다. 그건 그분을 ‘풍요의 신’쯤으로 여기며 자신의 꿈과 행복을 이루는 방편으로 생각할 뿐인 겁니다.”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9년차 CCM가수 A씨는 “코로나19 당시 공연, 집회, 앨범 제작 등 모든 활동이 멈춰 가족들 모르게 새벽마다 택배 상자를 나르면서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하나님께 죄송하기도 했는데 그날의 아픔이 씻겨 내려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 마음을 아는 듯 하 목사는 예술가로서의 고난과 인내의 여정을 소개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주님은 가시나무 같던 제게 인내와 사랑의 마음을 새겨주셨어요. 고난은 우리를 순결한 신부로 빚어갑니다. 무대 위 경건의 모습이 남아있더라도 본질을 잃는다면 먹고사는 직업에 머무를 뿐입니다. 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해 그분을 향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광주=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