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또 기부를 했다. 2009년부터 꾸준히 나눔을 실천했으니 햇수로 따지면 무려 17년째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부 금액만 40억원이 넘는다. 얼굴처럼 고운 마음씨를 지닌 그녀는 바로 배우 신민아다. 그녀는 지난 연말 한림화상재단과 서울아산병원 등에 3억원을 전달했다. 막대한 의료비 탓에 수술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화상 환자들의 사연을 듣고 2015년부터 매년 1억원씩 돕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선행은 지난 연말부터 우리를 짓눌러 온 고통과 근심을 잠시나마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민아는 조용히 기부하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2015년에는 부산 미혼모들의 열악한 상황을 접하고는 분유값과 주거비를 남몰래 전달한 사실이 본보의 단독 보도로 전해졌다. 이 일은 당시 후원금을 받은 단체의 대표가 페이스북에 ‘또 다른 생명을 싹틔우기 위해 자신의 꽃 피울 시기를 희생한 이 꽃봉오리들에게 신민아씨의 후원은 큰 응원과 지지가 되었다. 이들의 인생이 꽃피우길 함께 기도해 달라’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그녀의 선행은 일회성 기부를 넘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빛이 난다. 아직 미약한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실제로 영국의 자선 지원재단(Charity Aid Foundation·CAF)이 발표한 ‘2024 세계기부지수’를 보면 조사 대상 142개국 중 우리나라는 88위에 그쳤다. 경제는 선진국일지 몰라도 나눔의 문화만큼은 인도네시아(1위), 케냐(2위), 싱가포르(3위) 등에는 물론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7위)나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인 모잠비크(81위)에도 밀린다. 여기에 통계청이 조사한 기부 참여율과 기부 의향도 크게 하락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가 메말라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또 국세청 등의 자료를 보면 한국의 개인 기부율은 27.6%로 미국(56.0%)과 영국(65.0%)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기부금 총액 또한 16조원으로 미국(410조원)이나 영국(110조원)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우리의 기부는 일회성이 강한 경향을 보인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기부가 몰리지만, 평소에는 기부 참여율이 낮다. 정기 기부율의 경우 미국과 영국은 50%를 넘나드는데 우리나라는 12.4%에 불과하다. 기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기부가 특정한 시기나 사건에 집중된 형편이다. 아울러 기부금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점 또한 기부 문화 정착에 치명타를 안겼다. 몇몇 단체의 기부금 유용 사건으로 인해 기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이는 전체적인 기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부를 일상적인 실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해피빈처럼 플랫폼을 활용한 정기 기부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독일의 ‘라운드업 기부’처럼 소비자가 결제 금액의 차액을 자동으로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꾸준한 기부는 단순한 선행을 넘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가꿔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단순히 한 사람이 큰 금액을 기부하는 것에 만족해선 안 된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부는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연대의 실천이다. 나눔이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로 자리 잡을 때 공동체는 더욱 튼튼해진다. 우리 모두 신민아가 될 수 있다. 그녀처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더 따뜻해질 게 분명하다.
김상기 콘텐츠랩 플랫폼 전략팀 선임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