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아브라함 복의 근원과 소돔과 고모라 사건

입력 2025-02-20 03:02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창 12:3)

아브라함은 하나님으로부터 복의 근원이 될 것이라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구절을 보며 아브라함이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적인 복을 받게 될 것이라는 해석을 합니다. 한국교회는 또 아브라함이 그가 태어난 곳인 갈대아 우르를 미련 없이 떠나 순종했기에 복을 받았다고 흔히 말합니다. 그렇게 배워왔기에 ‘나도 그렇게 하나님 말씀을 순종하고 따르면 복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고질적 문제입니다. 이런 가르침이야말로 말씀에 순종하면 복을 받는다는 기복주의 신앙을 갖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복의 근원이란 하나님 말씀을 잘 들었으니 복을 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브라함 자신이 복을 받거나 그가 세상에 복을 내리는 존재가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다만 세상 속으로 나섰을 뿐입니다. 아브라함이 받은 복은 그를 대하는 세상의 반응에 따라 하나님이 복을 내리시거나 저주를 내리시겠다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향해 복이나 저주를 내리실 때 그 기준점을 아브라함으로 잡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브라함이 뛰어난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그에게 복을 주신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복과 저주를 나누는 기준점이 됐다는 말입니다. 즉 아브라함의 언약은 세상이 아브라함을 축복하면 하나님이 세상에 축복을 내리시고 그들이 아브라함을 저주하면 하나님도 세상을 저주하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이 언약은 소돔과 고모라 사건에서 극적으로 발휘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소돔과 고모라 사건에 대해 ‘아브라함이 찾던 의인 10명이 되자’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소돔과 고모라 사건은 의인 열 명을 찾는 교훈을 보여주는 본문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이 그 어떤 기도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기도를 다 듣고 계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장차 오실 예수님이 그리스도의 중보자가 되심을 보여주고자 하신 말씀이 소돔과 고모라 사건이 갖는 진정한 의의입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의인 열 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님이 그들을 향해 어떤 기도를 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이것이 아브라함이 받은 복 근원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기도하시는 주님. 그리고 그 기도를 그대로 언제나 받아 주시는 하나님. 우리는 그 예수님과 하나님의 기도 응답 사이에 그저 값없이 은혜로 받아 누리기만 하면 되는 상태입니다.

복을 받고 싶으십니까. 의인 열 명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당장 멈추십시오. 누가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지, 그가 우리를 위해 어떤 기도를 하고 계시는지를 찾아 그에게 기도로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받은 복이자 특권입니다.

아브라함의 언약은 예수의 언약으로, 오늘날 우리도 경험하게 하십니다. 예수의 언약은 세상이 예수를 축복하면 하나님도 세상을 축복하고 그를 저주하면 하나님도 세상을 저주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언약을 믿기에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주께서 그 기도를 갖고 하나님 우편 보좌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믿는 것이 하나님의 복입니다.

송하규 목사(나라장로교회)

◇나라장로교회는 1995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사역을 목표로 세워진 어린이 교회입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명을 갖고 아동센터와 미술관,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