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나 유치원 근처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시속 30㎞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일반도로보다 강한 제재를 받을 수 있고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면 형사상 가중처벌된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도 속도가 시속 30㎞를 훌쩍 넘어갈 수 있어 운전자는 이 구간을 지나갈 때 항상 긴장해야 한다. 요즘은 센서가 도로에 설치되고 카메라가 후방 속도도 감지하는 세상이라 카메라를 지나쳤다고 마음을 놓아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제한 속도에 너무 몰두하다가 다른 차량의 흐름과 신호 변화를 놓쳐서도 곤란하다. 시내에 설치된 카메라 숫자도 상당해 필자는 출근길에만 시속 30㎞ 과속방지 카메라를 여섯 번 마주친다.
어린이 통행이 적은 심야시간대를 포함해 스쿨존 속도 제한을 24시간 적용하는 것은 학교 주변의 차량 운행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래서 2023년부터는 지방경찰청이 심야시간대에는 특정 스쿨존의 속도 제한을 완화해 줄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고 한다. 하지만 똑똑한 내비게이션 앱이 밤에도 스쿨존 근방에 오면 시속 30㎞ 경고음을 계속 울려주고, 스쿨존 내 ‘표시판’에 속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시간대나 상향된 속도가 적혀 있지 않은 걸 보면 여전히 대다수 스쿨존에서는 시속 30㎞ 속도 제한이 24시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설사 속도 제한이 완화된 스쿨존이 있더라도 운전자로서는 어느 스쿨존이 속도 제한을 완화했는지와 구체적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운전자가 매번 표지판 내용을 확인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운전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스쿨존이 나타나면 장소, 요일, 시간 불문하고 무조건 30㎞를 넘기지 않는 것뿐이다. 스쿨존 속도 제한이 심야시간에 탄력적으로 운영된다는 경찰의 설명과 달리 현실에서는 종전과 비슷하게 운영되고, 혼란스러운 교통법규는 운전자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물론 어린이 보호구역 운영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어린이의 안전보다 세상에서 더 소중한 것은 없다. 하지만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의 등하교시간이 아닌, 어린이 통행이 드문 심야시간에도 운전자가 30㎞ 이하로 학교 인근을 지나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스쿨존 제도의 취지는 어린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도록 하기 위함이지 학교 인근의 교통 흐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법규는 국민의 행동을 필요 최소 한도로 제약하고, 국민이 의무의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스쿨존 속도 제한은 이런 점에서 아쉽다.
담당 지방경찰청으로서는 속도 제한을 완화한 스쿨존에서 행여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과 이로 인한 책임 부담을 걱정할 수 있고, 그래서 심야시간 스쿨존 속도 제한 완화를 주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마다, 해당 스쿨존마다 교통 상황과 속도 제한 완화 여부를 따로 검토한다면 설사 속도 제한이 완화되더라도 내용이 제각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전국의 스쿨존에 대해 평일에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제한 속도를 시속 10㎞씩 상향하면 어떨까. 그러면 운전자는 스쿨존에서의 자기 의무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고, 스쿨존에 어린이가 있을 수 있는 시간대에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속도로 운행하게 된다. 이것이 어린이 보호구역 설정의 취지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 그리고 스쿨존에서의 속도 제한을 보다 합리화한다면 부수적으로 국민의 교통법규에 대한 신뢰와 이를 지키려는 의지가 높아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세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