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픈 이야기
나 혼자 가슴에 품고 조용히 뒤돌아서려 했지요
그러나 그 밤 꿈속에 나타난 별의 이야기
나의 선택이 아닌 하늘의 택함
나의 사랑이 아닌 천상의 구원
밤의 어두운 골목을 지나
새벽빛 물든 그녀의 잠든 창문을 두드리겠어요
달빛이 걸어간 그 길 끝에서
혼자 서성이는 밤
이 밤이 세상을 구원할 하늘의 사랑이라면
당신과 나
푸른 별빛 아래서 눈동자 마주친 순간
지상의 쓸쓸한 밤은
천상의 화원으로 꽃 피어나리라.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요셉은 예수의 법률적 아버지이며 1세기 팔레스타인 지역 갈릴리 나사렛에서 살았다. 그의 생애는 마태와 누가의 복음서에 기록돼 있으며, 로마 가톨릭에서는 교회의 수호성인이다. 다윗 가문의 후손으로 마리아와 약혼한 뒤 그녀의 임신을 알고 조용히 파혼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천사로부터 성령에 의해 수태됐다는 말을 듣고 아내로 맞아들였다. 예수의 공생애 이전까지 예수를 양육하고 목공을 가르쳤다. 그 생몰연대가 미상이긴 하나, 예수의 죽음 이전에 죽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시는 앞서 ‘마리아’의 경우와 같이, 요셉 자신이 시적 화자다. 시인은 그가 마리아를 맞아들인 것을 두고, ‘나의 선택’이 아니라 ‘천상의 구원’임을 알고 그 섭리에 온순하게 순종하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요셉은 이 진중한 각성에 뒤이어 ‘푸른 별빛 아래서 눈동자 마주친 순간’에 ‘지상의 쓸쓸한 밤’이 ‘천상의 화원’으로 변화하리라고 토로한다. 세상의 인본주의에서 하나님의 은혜 안에 편입된 신본주의로, 요셉의 정체성이 반전되었다는 시인의 선언이다.
-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