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LFP 배터리 ‘관세 험로’… 중국 제품 내년부터 관세 최대 38%

입력 2025-02-18 01:02

내년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배터리에 최대 38%의 관세가 붙으면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국이 장악해 온 미국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내년부터 ESS용을 포함한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에 최대 38.4%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에 예고했던 대중국 관세 인상과 추가 관세가 더해진 결과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7.5%인 비(非)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대중국 관세를 내년부터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4일 중국산 전 품목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는 일반 관세 3.4%를 더해 최대 38.4%까지 오를 예정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액은 131억 달러(약 18조9059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 미국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액의 70% 수준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전기차용과 ESS용으로 나뉘는데, ESS에는 수명이 길고 안정적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로 쓰인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값싼 LFP 배터리를 내세워 미국 ESS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기회로 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2조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4일 컨퍼런스콜에서도 “ESS 북미 현지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LFP 현지 생산은 당초 내년으로 계획했다가 올해 상반기로 앞당겨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국 내 ESS의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생산 거점을 검토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공정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해 생산 능력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업계 또한 미국 ESS 시장에 뛰어든다. SK가스와 SK이터닉스는 이날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인 에이펙스클린에너지와 손잡고 미국 텍사스에서 첫 번째 ESS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34대의 인버터 및 340대의 배터리가 설치된 100㎿ 규모의 설비가 투입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배터리에 최대 38.4% 관세가 부과된다”며 “중국의 위상은 내년부터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점차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