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개월 만에 중국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10%, 25%의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앞으로 더욱 본격화할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관세전쟁’이 한국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17일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의 주요 내용과 우리의 대응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친 통상 정책에 대한 분석과 전망, 한국의 대응 방침 등이 담겼다.
우선 산업연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중국과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가 앞으로 다가올 ‘관세폭탄’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 내각의 경제·통상 분야 각료들이 관세를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에 1기보다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준 산업연 경영부원장은 “트럼프 2.0 내각의 관세 및 통상 정책은 한 번 지나가고 마는 조치가 아니다”면서 “건국 당시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영국의 플랜테이션화를 막아냈던 정책이 중국의 부상으로 21세기에 부활한 셈”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상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공화당이 상호교역법을 통과시킬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봤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은 무역확장법·국제비상경제권한법 등 사문화된 법을 꺼내들지 않고도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를 철폐할지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김상훈 선임연구위원은 “본래 2001년 미·중 관계법 통과 이전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를 매년 심사·갱신하는 제도였다”면서 “철폐 입법이 현실화할 경우 ‘전략적 디커플링’에 쐐기를 박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관세 정책을 확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 환경이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미국이 중국·인도·유럽연합(EU) 등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추가적으로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 조정을 요구하고 한층 높은 관세율을 설정할 경우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희권 연구위원은 “그간 한국 정부의 대응 전략은 한·미 양자 간 무역관계 분석과 우리 기업 피해 축소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 수출 시장에서의 기회요인을 활용하려면 한국의 새로운 통상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기반 연구의 시야부터 크게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