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한국 침공 한 달… 현대차 “나 떨고 있니”

입력 2025-02-18 01:22

중국 전기차업체 BYD(비야디)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무색하게 업계에선 BYD의 확산세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견제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BYD가 한국 시장에 선봉장으로 세운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는 출시 일주일 만에 1000대가 넘는 계약을 이끌어냈다. 경쟁모델로 꼽히는 기아 EV3의 지난달 판매량이 491대인 점을 감안하면 신차 출시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성공적인 데뷔다.

BYD코리아는 일단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어서 당분간 판매량을 직접 공개하진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기차 온라인 카페 등에선 아토3에 관한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시승 요청이 많아 일부 매장은 시승차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요즘 BYD 매장에 방문객이 몰려 예약하지 않으면 시승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차에 팽배했던 불신이 한 달 만에 달라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이 이런 성과를 견인했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 후반에 구입이 가능한 게 강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와 1위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다소 해소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하반기 중형 전기 세단 ‘실’과 중형 전기 SUV ‘시라이언7’이 합세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한국 시장에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 BYD는 ‘수입차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지난해 전기차 2223대를 팔아 토요타를 제치고 전기차 부문 ‘톱4’에 올랐다.

현대차그룹도 BYD를 견제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현대차·기아는 연초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주요 전기차 판매가를 낮추기로 했다. 아토3와 동급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은 400만원이나 내렸다. 이를 두고 BYD를 의식한 현대차·기아가 ‘안방’을 사수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는 또 전국 BYD 매장 인근 지점에 기존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배치하기로 했다. BYD 전기차를 본 이들이 현대차 제품과 바로 비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제품 경쟁력이 더 우수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전략이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건 BYD가 꽤 신경이 쓰인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