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중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유럽에서 자체적인 평화유지군 창설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국에 ‘안보 아웃소싱(외주)’을 맡겨온 유럽 지도자들은 80여년 만에 군사력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며 “유럽 관리들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새로운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 지도자들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평화유지군 창설’에 호응하며 우크라이나 파병 의사까지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군을 기꺼이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럽은 자체적인 안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영토로 파병 의사를 밝힌 것은 2022년 2월 개전 이후 처음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유럽 평화유지군 창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그동안 우크라이나 파병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등 다른 국가들도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 자체적인 창군 논의가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을 포함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은 이날 폐막한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당초 기대를 모았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분담금 상향 입장만 재확인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17일 파리로 초청해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불리한 협정문에 서명하도록 내몰릴 수 있다”면서도 “유럽의 지원안은 오는 23일 독일 총선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