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게이트·딥시크에 치이는 한국 AI 기술 경쟁력

입력 2025-02-18 01:24
AI 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 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AI 기술력 제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지원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국가AI위원회 2차 회의가 이르면 이번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주재로 열릴 예정이다. 최근 국가AI위원회는 기술·혁신, 산업·공공, 인재·인프라, 법·제도, 안전·신뢰 등 5개 분과별 회의를 진행해 안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무 부처이며, 관계 부처 장관 10명을 포함해 민·관 위원 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AI위원회는 지난해 9월 첫 회의 이후 약 5개월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출범 당시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한 정부와 민간 협력 기구로 주목을 받았다. 첫 회의 때는 AI안전연구소 설립, 국가AI컴퓨팅 센터 구축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후 국정 혼란으로 위원회 업무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회의는 AI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재개됐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상황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AI 기술 및 인프라에 5000억 달러(약 720조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의 저비용·고성능 AI 딥시크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 함께 ‘AI 3대 강국’을 노리는 프랑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AI 정상회의에서 AI 분야에 총 1090억 유로(약 16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AI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가AI위원회 산하 AI컴퓨팅 인프라특별위원회에서 “연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을 확보해 AI컴퓨팅 센터 서비스를 조기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는 AI 연구 지원을 위해 GPU 8000장을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에 활용할 방침이다.

국회도 AI 산업 진흥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18일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회를 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도 오는 19일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AI 관련 입법 및 제도 개선 방향과 현장의 애로사항 등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AI 관련 논의가 실질적인 지원 대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AI 반도체 등 인프라의 조기 구축이 절실하다. AI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경쟁에선 밀리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실질적 경쟁국인 프랑스 등과 인프라 지원 규모 측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세계 83개국 중 한국의 AI 경쟁력 순위는 종합 6위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2023년 10위권에서 1년 만에 5위에 오르며 한국을 앞섰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