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서 주춤하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당 내부에선 이재명 대표의 지지층 결집 행보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수 지지층 결집에 기대는 여당의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반사이익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17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43.1%로 국민의힘(41.4%)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민주당 지지도는 직전 조사보다 2.3% 포인트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1.4% 포인트 하락했다.
정권교체 여론은 51.5%로 정권연장 여론(44.5%)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대표 지지율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8.1%), 오세훈 서울시장(10.3%) 등 여당 주자들을 압도했다(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이 대표의 ‘집토끼 전략’이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는 것으로 진단하는 분위기다.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포기 시사,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검토 등 우클릭 행보에서 한발 물러난 게 전통적 지지층에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진보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78.7%로 직전 조사보다 4.6% 포인트 상승했다.
비명(비이재명)계 포용 행보가 주효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나는 등 비명계의 통합 행보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찬을 갖는 등 다른 비명계 인사들도 계속 만날 계획이다. 한 중진 의원은 “비주류의 이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 게 합리적인 리더의 모습으로 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득점보다 여권의 실점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이 생중계되면서 야권 우호 여론이 형성됐고,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중도층이 여권에서 이탈하는 양상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보수(335명)가 진보(210명) 응답자를 앞섰을 정도로 보수 과표집은 여전하다”며 “그런데도 지지율이 역전된 건 지속되는 여권의 극우 행태에 대한 위기의식이 중도층을 움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 재선 의원은 “진영 구도가 이미 굳어져 국면마다 결집도 차이만 나타난다”며 “지지율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