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구독 서비스는 ‘필요충분조건’… 경쟁 격화

입력 2025-02-18 01:21
스타벅스 관계자들이 구독 서비스인 ‘버디패스’를 소개하고 있다. 스타벅스 제공

구독경제가 자리 잡으면서 구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출 증대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는 게 구독 서비스의 강점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요금을 할인하거나 혜택을 확대하며 구독자 늘리기와 지키기에 고심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해 10월 ‘버디패스’를 론칭한 이후 두 달 동안 가입자들의 평균 구매 금액과 구매 건수가 각각 약 60%, 70% 가까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구독료가 7900원으로 시범운영 때보다 가격이 2000원 내려갔고, 제조 음료 30% 할인·딜리버스 배달비·온라인스토어 배송비 쿠폰 등 혜택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게 확인된 셈이다.

CU도 구독 서비스를 재단장하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자체 애플리케이션 ‘포켓CU’에서 20여종의 상품 카테고리 중 원하는 품목에 대해 월 구독료(1000~4000원)를 결제하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정해진 횟수만큼 정기 할인을 받도록 했다. 최대 30% 할인율로 구독료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입자 수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2022년 119%, 2023년 143%, 2024년 58%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도 식품 분야 위주로 구독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 행진하자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 사이에서도 정기 구독에 대해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몰 식품코너와 SSG닷컴에서 반찬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용자가 매년 늘어나면서 매출도 함께 오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백화점몰에서 반찬 정기 구독 서비스를,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 등 여러 점포에서 ‘현대식품관 반찬 정기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서비스가 언제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가 지속하면서 소비자들이 어느 때보다 가성비를 중시하게 된 게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가급적 소비를 줄이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형성되면서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요금 부담이 큰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모(34)씨는 “최근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봤는데, 평소 잘 쓰지 않는 배달앱 등의 구독료를 1년 넘게 내고 있었다”며 “메리트가 크지 않은 구독 서비스는 해지하게 된다. 필요할 때 다시 구독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특정 서비스에 익숙해지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할인 혜택을 통해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고, 맞춤형 서비스로 추가 매출까지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는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이용자를 늘리는 동시에 기업 성장 가능성까지 높일 수 있다”며 “요즘처럼 소비심리가 위축될수록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