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여당의 압박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36명은 17일 헌법재판소를 찾아가 헌재가 부당하고 편향되게 탄핵심판을 진행한다고 집단으로 항의했다. 또 헌재가 오염된 증거를 채택했다면서 배척을 요구한 뒤 ‘사법체계 파괴하는 문형배(헌재소장 권한대행) 사퇴하라’ ‘대한민국 법치 파괴 헌재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의원은 항의 방문에 앞서 국회 기자회견에서 “헌재가 답을 정해놓고 마구 찍어내는 ‘탄핵 공장’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헌재는 국정마비의 공범이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여당에선 문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도 준비되고 있다. 고위공직자 대상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의원 1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서명작업이 진행 중이다. 탄핵소추안이 발의가 되더라도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이 반대하면 의결이 불가능한데 사실상 망신주기 차원의 발의인 셈이다. 이와 함께 여당의 투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도 기회 있을 때마다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을 문제 삼거나 ‘법치가 아닌 인치(人治)’라면서 헌재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
최근 헌재에 대한 폭동 사주와 재판관들에 대한 위협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처럼 여당까지 전방위로 헌재 흔들기에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헌재가 지나치게 서둘러 심판을 진행하려 하는 등 비판의 빌미를 준 측면도 있으나 그렇다고 헌재의 권한과 재판관 위상을 흠집 내고, 탄핵심판 자체를 부정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특히 제도권 정당과 의원들의 헌재에 대한 공격은 자칫 극단 세력들의 헌재에 대한 반감과 위협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삼가야 한다. 이날 아침에도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이 문 대행 집까지 몰려가 심판 중단과 문 대행 및 재판관 사퇴를 요구하는 등 도를 넘은 행동을 했는데, 여당의 헌재 앞 집단항의가 이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탄핵심판 뒤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부터 탄핵심판에 불필요한 개입을 삼가고 차분히 재판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마저 냉정을 잃는다면 탄핵 찬반 대립이 과열되는 것은 물론, 심판 결과가 나온 뒤에도 걷잡을 수 없는 갈등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여야 모두 이제부터는 국민들 마음을 모으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