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곧 만날 예정이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부활절(4월 20일)까지 휴전하는 방안을 유럽 관리들에게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시점에 대해 “결정되지 않았지만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이 전했다. 그는 회담이 이달 중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곧 이뤄질 것이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종전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도 관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푸틴과 젤렌스키 모두에게 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며 “나도 푸틴과의 통화에서 같은 질문을 했다. 만약 그가 전쟁을 계속할 생각이었다면 매우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도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푸틴, 젤렌스키와의 연쇄 통화를 계기로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종전을 논의할 예정이다. CNN은 “양국의 고위급 회담이 18일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미국과 러시아의 장관급 회담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다”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참석한다”고 확인했다.
루비오 장관은 CBS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 대표단과의 회동 전망에 대해 “(트럼프와 푸틴의) 한 번의 전화 통화로 복잡한 전쟁을 해결할 수 없지만, 트럼프가 이 과정을 시작할 유일한 지도자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좋은 일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관리들에게 부활절까지 휴전을 확보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푸틴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불신이 강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협상 방식을 놓고 유럽의 반발이 나오는 점까지 고려하면 2개월가량 남은 부활절까지 휴전하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부활절보다는 올해 말에나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전망했다.
젤렌스키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도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트럼프가 러시아보다 우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또 “벨라루스에 약 15만명의 러시아 병력이 훈련중”이라며 “이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목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조금도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