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 경호원 없이 ‘나홀로’… 삼성식 출장문화도 바꾸는 이재용

입력 2025-02-18 01:16

최근 2심에서 부당합병·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무죄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4년 5개월 동안 전담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고 ‘나홀로’ 재판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수행할 때 경호원 없이 혼자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 때문에 주변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지는 걸 꺼리는 이 회장의 조용한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집단 출장문화도 사라지게 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가(家)에서 그룹 보안업체인 에스원의 경호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회장을 포함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경호원의 의전 수행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가끔 수행 비서와 함께 행사장에 등장하는 정도다.

이 같은 모습은 이건희 선대 회장이 경호 인력을 최소 3명 이상 대동했던 것과 대비된다. 재계에서는 시대가 바뀌면서 의전에 대한 삼성가 3세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과한 의전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의전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자칫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2010년부터 경호 인력을 줄이기 시작해 어느 순간 아예 없앴다. 해외 출장을 떠날 때도 비즈니스석을 타고 홀로 돌아다닌다. 이 때문에 그룹 계열사 사장들의 해외 출장 문화도 단출하게 변했다. 기존에는 삼성식 집단 출장문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장이 해외 출장을 떠날 때 부장급 간부 여러 명이 동행했지만 최근엔 이런 형태의 출장은 드물다. 삼성 관계자는 “의전 준비에 쏟는 시간을 업무에 투자하라는 식의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내려지는 결정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