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하는 트럼프 “EU 보복관세? 상관없다… 그들만 다칠 뿐”

입력 2025-02-17 19:01
빨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부터 전 세계에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에 대해 각국이 보복 관세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16일(현지시간) “상관하지 않는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연합(EU)이 상호 관세에 대한 보복을 고려한다는 질의에 “괜찮다. 상관없다”며 “그렇게 하라고 해라. 그렇게 하면 그들만 다칠 뿐”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들이 부과하는 무엇이든 우리도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가 높은 인도 같은 나라가 우리에게 달러를 부과하면 우리도 같은 달러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공정한 일이다. 미국에 매우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트럼프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 방침을 발표하면서 “우리 모두 유럽을 좋아하지만 무역에 있어서 EU는 정말 악랄하다.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EU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관세 인상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고 반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트럼프의 상호 관세에 맞서 EU 내에서 금지된 농약 등 안전·환경 기준을 지키지 않은 일부 식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EU 내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해 재배된 미국산 대두 등의 작물이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국 내에서도 상호 관세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미국 무역 파트너들에게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시작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심고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공정성’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지만 150개 이상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수천 종목의 제품에 개별 관세율을 계산하는 것은 미국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에 엄청난 집행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 테드 머피는 “모든 관세 분류 항목당 150개의 서로 다른 관세율이 존재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복잡은 관세 집행이 실무에서는 ‘헤라클레스급’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또 상호 관세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협상 전술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조지메이슨대 메르카투스센터의 크리스틴 맥대니얼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의 시장 개방을 끌어낼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무역을 촉진할 여지가 적게나마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