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되살아난 변수, 인플레이션

입력 2025-02-18 00:33

지난 1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회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의 진전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지난해 9월 전격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면서 인플레이션의 중기적인 하향 안정 가능성과 함께 경기 하방 위험을 말했던 연준이지만 이제는 성장이 예상보다 탄탄하다는 점 외에 물가 안정에 변수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발표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준의 우려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전년 대비 3.0% 상승하면서 전월 수치뿐 아니라 시장의 예상치를 모두 상회했던 것이다. 특히 시간을 두고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거비가 재차 반등했고, 중고차 가격 및 보험료 상승이 두드러졌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물가지수의 반등보다 시장의 우려를 더욱 키우는 소식은 기대인플레이션의 강화였다. 미시간대에서 발표하는 1년 기대인플레이션지수는 전년 대비 4.3% 올랐는데, 지난달 전년 대비 3.3%에 비해 1.0% 포인트 급등했다. 전월 대비 1% 이상 반등한 것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던 200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인데,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상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 물가를 자극하는 자그마한 소식에도 경제 주체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 특히 팬데믹 당시였던 2021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물가 목표를 넘어선 이후 4년 가까이 물가가 문제가 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 추세를 나타내던 물가가 다시금 고개를 든다는 점이, 그리고 이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물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속도에서뿐 아니라 부과 대상이나 세율 면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의 그것을 크게 넘어선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관세 이슈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개연성은 매우 높다. 이를 경제 주체들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지난해 말 미국의 소비는 크게 폭발했고, 그만큼 무역 적자도 커졌다. 그리고 그런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과 한국 등의 수출 국가들은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 직후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미리 제품을 선취매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데, 올라버린 물가와 강해진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이런 해석의 개연성을 더욱 뒷받침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융시장에서 잊혀졌던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슈가 재차 표면 위로 부상하는 지금의 상황에 연준 역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연준 내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인물 중 수장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기존 입장을 뒤집으면서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일회성 물가 상승이 소비 강화로 인한 수요 폭발이라는 지속적 물가 상승 요인과 결합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역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준 내 비둘기파가 돌아섰다면 추가적 금리 인하의 속도 역시 늦춰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에 한때 3.0%까지 기준금리가 낮춰질 것을 기대했던 금융시장도 4.0%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동안 잊혀졌던 고금리와 고물가. 2025년에 되살아난 변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