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개편 추진을 공식화하며 정치권에서 감세 이슈가 다시 불이 붙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동의하면 즉시 관련 법을 처리할 수 있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조기 대선 현실화에 대비해 수도권 중산층을 공략하고, 동시에 여권을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묶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여 세 부담을 줄이자는 데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에는 민주당의 반대 뜻이 명확하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여당 때문에 상속세법 개정이 안 된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반발하면서도 “공제 한도 확대는 얼마든지 논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동의하면 다음 주에라도 상속세법 개정안을 즉시 개정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증액(수도권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 가능)”이라고 적었다. 그는 기존 국민의힘 안에 대해서는 “최고세율 인하 고집(소수의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원대 자산가만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상속세 공제한도 인상안은 집값 상승 등 현실을 반영해 중산층 부담을 줄이자는 제안이다. 현행 10억원 공제 한도로는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상속하더라도 세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에 한도를 18억원까지 올리자는 취지다. 이 대표도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제출된 정부 안은 최고세율을 낮추고(50%→40%), 자녀공제를 늘리는(5000만원→5억원) 방안 등이 담겼다. 세계 최고 수준인 최고세율을 현실화하고,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며, 다자녀 가구를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그러나 자녀공제의 경우 ‘부의 대물림’ 성격이 있다며 반대한다. 또 최고세율 인하는 소수의 부자들만 혜택을 받는 특권 감세라고 주장해 왔다. 결국 여야 대립으로 정부의 상속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상속세 개편 논의를 회피하고 정부안을 부결시킨 건 민주당”이라며 “지금 와서 다시 꺼내든 건 ‘이재명 대선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여당이 기재위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키자는 간사간 합의를 번복해 정부안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됐기에 부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모두 상속세 개편에 공감을 표하면서 공제 한도 상향을 중심으로 한 논의는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고세율 인하 문제는 여전한 난관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은 초부자 감세만 고집하지 말라”고 지적했고,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초부자 감세라며 이념적으로 보는 건 구석기시대적”이라고 응수했다.
이동환 이종선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