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과 닮은 野 상속세안… 정책 번복에 국민만 혼란

입력 2025-02-17 00:00
박찬대(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향의 개편안 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현실화’를 연일 강조하고 나서고 있지만 큰 틀에선 지난해 7월 발표한 정부안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속세 인하 논의가 정치적 공방에 휘말리며 개편이 지연되는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국민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추진했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완화 법안의 핵심은 ‘최고세율 인하’ ‘자녀세율 공제한도 상향’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이다.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구간을 없애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는 것, 또 현행 1인당 5000만원인 자녀 상속공제를 5억원으로 10배 올리고, 최대주주의 주식을 평가할 때 가액에 20%를 가산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가 지난 15일 밝힌 상속세 개편안은 현행 5억원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각각 8억원,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이 내놓은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안의 연장선상이다. 이는 ‘상속세 공제 상향한도’라는 총론에서 정부안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안에 따르면 공제액은 현행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안도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인이라 가정할 때 공제액은 17억원으로 높아진다. 국민의힘에서도 송언석 의원이 일괄공제를 10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최소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상속세 인하 개편은 정쟁에 떠밀려 지난해 ‘전면 백지화’에 이르렀다. 야당 측이 정부안에 포함된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에 대해 ‘부자 감세’라 규정해 반대하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괄공제 이외 상속세율, 최대주주 할증평가 사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상속세 개편 법안이 지난해 12월 10일 본회의에서 전부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뒤늦게 ‘상속세 공제한도 인상’을 다시 제기하면서 정책 일관성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해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르렀던 상속세 인하 문제를 막판에 반대해놓고, 이제 와서 번복하는 것은 정책 신뢰도의 문제”라며 “당시 인하를 거부했던 배경, 현재 재추진하는 이유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상속세 인하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여·야·정 국정협의체의 조속한 가동을 정치권에 촉구하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조차 상속세 개편 논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론 여부와 관계없이 논의 자체가 이뤄지려면 테이블이라도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논의가 아예 멈춘 분위기다. 관건은 결국 국회가 나서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