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5가지 ‘불공정’ 주장… 대부분 “위법하지 않다”가 우세

입력 2025-02-17 00:00
경찰이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헌재는 오는 20일 오후 2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수사기관 조서 및 증인 채택, 신문 방식까지 각종 절차적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여권 인사들까지 가세하며 헌재 불공정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헌재의 절차 진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을 거치며 선례로 자리 잡은 것이고, 헌법재판소법상 위법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재판 진행 절차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재판관들까지 참여한 평의를 거쳐 결정된 것인데, 대통령 측이 “헌재 독재” 등 거친 언어를 쏟아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①수사기록 증거 채택 위법한가

윤 대통령은 최근 헌재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의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자 강력 반발했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2020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 11일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이라며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이 완화돼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법 40조 1항에는 탄핵심판은 ‘헌법재판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 이황희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16일 “조서에 변호인 입회 등 신뢰할 사정이 있으면 증거 채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조서와 실제 증인신문 내용 중 무엇이 믿을 만한지 헌재가 다시 따진다. 헌재는 형소법 개정 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윤 대통령에게만 불리한 기준이 적용됐다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②내란죄 철회했다?

윤 대통령 측은 형법상 내란죄가 철회됐다며 탄핵심판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헌법재판인 만큼 국회 측이 헌법 위반에 대해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다.

국회 측은 내란죄 형사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지 내란 행위 사실관계는 한 글자도 빠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행위의 위헌·위법성을 판단하면서도 가장 주요한 혐의였던 ‘뇌물죄’ 성립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헌재는 포고령 선포의 위법성, 국회 통제 및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 등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내란 행위의 주요 사실관계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내란죄 성립 여부까지 판단할지는 선고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김승대 전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사실관계에 어떤 법조를 적용할지는 재판부 직권 판단 사항”이라고 말했다.

③증인신문 제한은 방어권 침해인가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증인을 충분히 채택하지 않고, 신문 시간을 1명당 90분으로 제한한 점도 불공정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헌재는 “초시계까지 이용해 양 당사자에게 공평하게 시간을 배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출석한 기일마다 기회를 얻어 직접 입장도 밝히고 있다.

헌재는 앞서 기각했던 윤 대통령 측 증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추가 채택해 오는 20일 신문하기로 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 측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쌍방이 신청한 조지호 경찰청장도 신문할 계획이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윤 대통령 측에서 계속 반발하니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추가 채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오는 20일 형사재판과 탄핵심판 기일이 같은 날로 잡히자 헌재에 기일변경을 신청했다. 형사재판은 오전 10시부터, 탄핵심판은 오후 2시부터 열린다. 국회 측은 “시간대가 달라 진행에 문제가 없고, 변경해도 21일 등 최대한 빨리 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④변론 횟수 적고 졸속 진행?

윤 대통령 측은 ‘졸속 진행’을 주장하지만 헌재는 “전례를 볼 때 이례적으로 빠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은 63일간 7차례, 박 전 대통령은 91일간 17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 사건은 10차 기일이 열리는 20일 기준 68일째로 두 사건의 중간 정도 빠르기다.

여권에서는 한 총리 탄핵 사건부터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헌재는 “심리 순서는 재판부 결정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 부재로 헌정 위기 상황이 심각해 빠른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다른 재판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했다.

⑤부정선거 의혹 검증 미비했나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부정선거 의혹 검증에 소극적이라는 주장도 편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인천 연수을’ 선거구 투표자 수 및 선관위 서버 검증 등을 기각했다.

대법원에서 이미 문제 없다고 판단한 사안을 다시 쟁점화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대법원은 21대 총선 인천 연수을 선거무효 소송에서 손으로 일일이 투표용지를 재검표한 후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교수는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고 해도 비상계엄을 일으킬 요건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13일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총사퇴 암시 발언도 했다. 김 전 교수는 “헌재를 계속 공격하는 건 헌재 권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법치주의를 해치는 행동이다. 대통령이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성윤수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