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민간 경제사절단과 통상 당국이 지경학 리스크의 중심이 된 미국을 방문해 대미 외교에 나선다. 그러나 정상급 소통 부재에 따른 대미 협상력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이끄는 ‘대미 통상 아웃리치(대외 소통·접촉) 사절단’이 오는 19~20일 미국 워싱턴DC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절단에는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조선, 에너지, 플랫폼 등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 산업 대표들이 참여한다.
사절단은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을 만나 관세를 비롯한 통상 정책을 논의한다. 또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의제와 대미 투자 협력을 위한 액션플랜을 소개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도 다음 달 윤진식 회장을 단장으로 한 방미 대표단을 파견해 애리조나·텍사스·테네시주 등 주 정부 관계자와 의원들을 만나 우리 기업을 위한 밀착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 통상 당국자의 첫 미국 방문도 이뤄진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7~21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의 고위 당국자를 만나 통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박 차관보는 방미 기간 오는 4월 2일쯤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및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며 협상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등 장관급 회담 사전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연일 쏟아지면서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무역협회는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추가 10%, 모든 국가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은 132억4000만 달러(1.9%)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요인까지 고려한 ‘맞춤형’ 상호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질 전망이다.
민·관의 노력에도 리더십 부재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 하향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은 정상 간 또는 고위급 회담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급 정보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13일 “정상들이 관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선물 보따리’를 들고 트럼프를 만나는 게 일반적인 대응 방식”이라며 “전문가들이 상향식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임송수 김혜지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