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곧 사우디서 우크라 종전 논의… ‘패싱’ 유럽 대책 부심

입력 2025-02-16 18:37
J D 밴스(맨 오른쪽) 미국 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맨 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동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오른쪽 두 번째) 미 국무장관 등이 배석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해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 협상팀을 만날 예정이라고 15일(현지시간) CNN 등이 보도했다. AFP 통신은 이번 회동에 우크라이나 측도 참여한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담당 특사가 사우디로 향해 러시아 고위 관리들을 만날 예정이다. 러시아 협상팀 명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고위급 외교안보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이미 예정된 중동 순방 일정에 따라 15~18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를 방문하는데 왈츠 보좌관이 사우디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우리는 아마도 사우디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두 정상과 모두 가까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중재자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미국과 함께 지원해 온 유럽연합(EU)은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종전 협상 테이블에 유럽이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 협상이 실패한 이유는 너무 많은 국가가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럽 패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유럽 정상들이 긴급 회동해 우크라이나 문제와 유럽의 안보 강화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미국과 유럽이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외부의 적들’에 맞서야 할 상황에서 분열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는 대가로 희토류 지분을 넘겨주는 광물 협상에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에서 “우리 팀은 두 나라 간 특별협정에 대해 세부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우리는 진정한 성공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광물자원 지분 50%를 넘겨 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며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미국에 천연자원 접근성을 허용하는 동시에 미국의 안전 보장을 강화하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또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우리의 등 뒤에서 합의되거나 참여 없이 이뤄진 평화 협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유럽 없이 유럽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유럽은 협상 테이블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